전국에서 최악의 황사현상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지역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대기가 뿌옇게 흐리고 시정(視程)도 2.5㎞로 짧아졌으며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마치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극심한 황사현상을 보였다. 흙먼지속에 카드뮴이나 알루미늄, 납 등의 중금속 성분도 함유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거리에는 행인들의 발길조차 뜸했으며 황사가 건조한 날씨와 겹치면서 각종 질환의 주요 원인이 돼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이번 황사로 인해 일부 국내선 항공노선이 결항되고 휴대전화 통화품질까지 악화되는 등 각종 부작용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거리 표정 이날 오전 서울지역 시정이 2.5㎞로 짧아진 것을 비롯해 철원과 전주 1.5㎞, 서산 2㎞, 인천.춘천 3㎞등으로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짙은 황사가 관측됐다. 서울시내 거리도 황사가 온 하늘을 뒤덮자 행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으며 백화점과 쇼핑센터에도 고객이 크게 줄었다. 오가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수건이나 손으로 입을 막고 종종걸음을걷는 등 거리는 평소보다 매우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황사에는 중금속 성분까지 들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시민들은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될 수 있으면 바깥 출입을 삼갔다. 주민 기성우(45)씨는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다 누런 하늘을 보고 무척 놀랐다"며 "인근 약국에 들러 마스크를 사서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회사로 향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관계자는 "황사현상으로 인해 이날 오전 입점 고객수가 평소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며 "모래바람이 백화점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항공편 결항 전국에 불어닥친 황사로 인해 지방공항의 기상이 악화되면서 국내선 일부 노선의 항공기 운항도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여수와 울산, 포항, 목포, 부산, 속초,대구 등에 황사와 결합된 안개가 끼거나 강풍이 불어 이들 7개 지방공항과 김포공항을 오가는 왕복 70여편의 국내선 항공편이 결항됐다. 전국의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차량들도 황사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제속도를 내지못하고 평소의 3분의 2수준인 시속 60∼80㎞로 속도를 늦춰 고속버스 도착시간도 제시간보다 10∼15분씩 늦어졌다. ▲호흡기, 피부, 안과병원 환자 늘어 건조한 날씨, 황사에 봄철 꽃가루까지 날리면서 천식과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질환 환자가 병원마다 20∼50%씩 크게 늘어났으며 피부알러지와 안과 질환을 호소하는 피부.안과환자도 줄을 잇고 있다. 강남구 P피부클리닉의 경우 평소 50여명 안팎이던 환자들이 황사가 일기 시작한지난 19일부터 70명선으로 늘어났으며 광진구 0이비인후과도 평소보다 15%가량 환자들이 늘어났다. 서초구 이진우안과 원장은 "황사로 인한 각결막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며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만으로 이상이 없으나 그것을 손으로 비비기 때문에생긴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정인석 가정의학과 원장은 "황사와 같은 모래바람이 일어날 때는 될 수있으면 외출을 삼가고 바깥 출입을 할 때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며 "실내에서도 적절한 습도 유지가 필요하며 항상 손과 피부를 깨끗이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휴대전화 품질 악화 휴대전화도 황사가 일으키는 방해전파로 인해 통화중 끊기거나 잡음이 심해져이용자들의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 있는 한 통신기기 서비스센터의 경우 최근 통화불만을 이유로 방문한 이용객이 평소보다 10% 가량 늘었으며 다른 통신업체 서비스센터에도 이날 오전만도 평소보다 2배이상 많은 60여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통신제품은 기온이 올라갈 때 생기는 이상전파와 짙은 황사현상으로 인해 송수신이 방해 받을 수 있다"며 "대부분 단말기나 기지국 문제이기는 하지만 황사가 발생하는 봄철에 특히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번 황사는 올들어 중국 북부 내륙지방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것으로 22일까지 강한 바람과 함께 황사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황사 발원지인 중국북부지방에서 고온건조한 상태가 계속돼 당분간 황사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보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