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16년째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김모씨(55)는 곧 23평 규모의 사무실을 10평 안팎으로 줄이고 직원 1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 사무실 임대료.관리비(월 1백50만원)와 직원 2명 인건비(월 3백여만원), 기타비용 등 월 5백만~6백만원에 달하는 사무실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작년만 해도 60여건의 민.형사 사건을 수임했지만 올들어 석달동안 5건을 맡는데 그쳤다"며 "사건이 들어오지 않으니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시에 합격하면 자동적으로 판사나 검사로 군림하다가 때가 되면 변호사로 개업해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일거리가 굴러들어 왔던 '파워엘리트 시절'은 지났다. 변호사들이 '법무서비스 맨'으로 변신해야 살아남는 냉엄한 시장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것. 20일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개업 변호사수는 4천9백93명. 올 가을 군 법무관들이 제대하면 변호사수는 5천명을 돌파하게 된다. 지난해까진 7백명선이던 사법연수원 졸업생수가 내년엔 40% 급증한 1천명선에 이르게 된다. 이런 추세이면 5년 후엔 변호사 수가 1만명을 넘어선다. 3~4년 후엔 외국 변호사들이 국내에서 단독개업을 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변호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당연히 '파이'는 갈수록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과거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법무사 업무나 부동산중개 업무까지 건드리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분당 신도시 경력 10년의 이모 변호사는 "간단한 소송장을 써주거나 등기 업무를 처리해주는 일도 마다 않는다"고 전했다. 중견 로펌의 박모 변호사는 "마치 건설업체가 차기 공사를 내다보고 손해를 보며 덤핑 낙찰을 받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저가 수임이 횡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