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원하지 않는 학교에 3년간 보내느니 내가 며칠 고생하는 게 낫죠" 휴일인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내 학교보건원 2층 복도에는 바닥에 자리를 깔고앉아 담요를 뒤집어쓴 노숙자 차림의 학부모들 100여명이 4일 아침부터 접수가 시작되는 전학신청을 하기 위해 대기중이었다. 이날은 휴일이어서 교육청이 전학신청을 접수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은 자칫 순서에서 밀려 원하는 학교의 자리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이들 중 90여명은 3∼4일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접수 첫날인 지난 2일 원하는 학교에 자리를 얻지 못해 계속 기다리는 '고집파'인 것으로 추정됐다.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배부한 번호표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116번까지 발부됐지만 두터운 외투와 배낭, 담요 등을 짊어진 학부모들이 보건원 건물로 속속들어서고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며칠째 이어진 밤샘에 지쳤는지 담요를 덮어쓴 채 누워있었고 행여나 자리를 빼앗길까봐 식사나 화장실에 가려면 자체적으로 선출한 '총무'에게 보고한 뒤 자리를 비우는 등 신경전도 이어졌다. "우리는 정말 피해자예요. 우리 아이가 배정받은 학교를 가려면 버스로 45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요" 잠실에서 왔다는 한 학부모는 강남의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주소지만 옮겨놓는 '위장전입자'들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목청을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지난 2일 입학식을 한 학교에서는 서류를 떼어줬지만 우리아이가 배정받은 학교는 4일 아침에 입학식을 하기 때문에 내일에야 서류를 받을 수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옆에 있던 한 노인은 "손자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밤을 지샐 작정"이라며"내일 아침 학교에서 서류를 발부받은 후 교육청으로 신속히 배달시키기 위해 퀵서비스를 미리 예약해 뒀다"고 말했다. 전학당사자인 딸을 데리고 나온 한 학부모는 "같은 학군내에서는 아무리 멀어도 전학이 안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반포로 이사했다"면서 "아이 교육문제를 가볍게생각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전학 원서접수 첫 날인 지난 2일 대기번호표를 받아간 인원은 약 1천600명이고 이중 약 1천400명이 전학원서를 접수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들이 원하는 학교에 자리를 얻지못해 계속 대기중인데다 4일 입학식을 치르는 학교도 많기 때문에 4일에도 최소한 수백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전학신청을 위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수도권 평준화지역 고교 재배정사태의 영향 때문인지 올해는 전학 열기가 유난히 가열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밤샘대기 행렬이 앞으로도 며칠동안은 이어질 것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