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미분양된 고급아파트,빌라 등을 싼값에 매입한 뒤, 분양가를 부풀려 은행에서 380억원을 부당대출받은 감정평가사, 전직 프로야구선수, 금융기관 직원등 64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6부(부장검사 박기준)는 14일 홍모(56)씨 등 17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은행 대출과정에서 명의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 속칭 '바지' 이모(39)씨 등 4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최모(40)씨 등 5명을 수배했다. 구속된 17명 중에는 사기대출 일당에게 부동산 담보대출을 알선해주고 5천600만원을 수수한 모은행 북부지역본부 과장 안모(45)씨와 대출규정을 위반해 부당대출을해준 모 금융기관 구리지점장 조모(41)씨 등 금융기관 직원 4명도 포함돼 있다. 또 아파트 분양가를 부풀려 허위감정을 해준 감정평가사 정모(53)씨와 대출과정에서 조씨 등 은행직원들을 소개해주고 알선료 9천600만원을 챙긴 전 프로야구선수이모(48)씨도 함께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수배중인 최씨 등은 지난 2000년 2월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C빌라 6가구를 30억원에 외상매입한 뒤 분양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모은행 개포동 지원센터에서 42억원을 부당 대출받는 등 99년부터 작년 5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같은수법으로 380억원을 부당대출받은 혐의다. 최씨 등은 분양가를 부풀려 대출받은 42억원 중 30억원을 시공회사에 분양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12억여원과 분양받은 6가구를 임대해 전세금으로 받은 1억8천여만원 등 모두 13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분양가를 부풀려 거액의 차익을 챙긴 것은 물론 지나친 담보 설정으로 가치가 거의 없어진 부동산을 임대해 임대보증금까지 챙긴 뒤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IMF 이후 미분양 고급 아파트, 빌라 등을 물색한 뒤 은행직원, 감정평가사, 바지 등을 끌어들여 대출서류를 철저히 확인하지 않는 금융기관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