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소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남한산성에도 장인의 손맛이 담긴 소주가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경기도 광주시 실촌면 연곡리 강석필씨(65)의 집에는 요즘 술 익는 냄새가 그치지 않고 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3호 산성소주 기능보유자인 강씨가 지난해 7월 제조, 판매면허를 받아 최근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산성소주 유래는 남한산성을 축조한 조선 선조 때일 것으로 추정되며, 그 뒤 일제 때 산성 안에 살던 이종숙 옹이 제조기술을 이어 받았다. 이 옹은 한국전쟁 뒤 송파로 거처를 옮겨 백제소주라는 이름으로 제조하다 그 비법을 강씨 아버지에게 전수했으나 지난 64년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을 이용한 양조가 금지돼 명맥유지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94년 강씨가 산성소주 기능보유자로 지정되고 98년부터 주류면허가 개방되면서 수십년만에 빛을 보게 됐다. 2000년 8월에는 강씨의 막내아들 용구씨(33)가 무형문화재 전수교육 보조자로 선정돼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1906년 군청이전 전까지 행궁과 관청이 있던 남한산성에는 비교적 수준높은 음식문화가 있었고 가가호호에서 빚은 특주는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내력을 이어받은 산성소주는 40도의 독주지만 술맛이 담백하고 입안에 남아도는 향취가 그윽하다고 애주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