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면접 전날 밤늦게까지 식당일을 하다가 지각, 면접을 보지도 못하고 불합격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소녀가장이 마침내 대학을 가게 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전주에 살고 있는 김희정양(19). 김양은 27일 발표된 경희대학교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에서 5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수원캠퍼스 국제경영학부에 당당히 합격했다. 경희대측은 김양의 어려운 가정사정을 감안해 4년간 대학 등록금 전액은 물론 기숙사까지 제공키로 결정했다. 김양은 수학능력시험에서 3백14.5점을 받아 이화여대 소녀가장 특별전형에 응시했었다. 하지만 김양은 면접 전날인 지난해 12월20일 밤늦게까지 식당일을 하고 새벽에 서울로 올라왔으나 면접에 늦어 불합격 처리됐었다. 이번 경희대 합격소식을 전해들은 김양의 전주집에는 외할머니 신정옥씨(66)와 외삼촌 남동생 등 온 가족이 모여 합격의 기쁨을 나눴다. 김양은 "이화여대에 불합격된 뒤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합격하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도와주신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김양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99년 추석때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여의었다. 이후 소녀가장으로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외할머니와 남동생 등 가족을 부양해 왔다. 한편 김양의 사연이 여러 언론에 보도된 이후 각지에서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김양 가족에 이어지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