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총장 이기준)는 연구.교육 등 전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는 상당히 뒤떨어지며 앞으로 10∼20년 이내에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안 마련을 앞두고 세계 유명대학 전.현직 총장급 자문단인 `블루리본패널'이 작성, 16일 서울대를 통해 공개한 권고안(`Elevating SNU toa World-Class Research University')이 지적한 내용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연과학 분야 교수 1인당 펴낸 논문수를 외국 명문대와 비교한 결과 ▲됴쿄대 428권 ▲하버드대 221권 ▲캠브릿지대 129권 등인데반해 서울대는 56권에 불과, 서울대 교수의 연구실적이 크게 뒤졌다. 또 권고안은 지난 3월 서울대 학부생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각각89%와 78%가 서울대가 진로준비와 대학원 진학을 위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답한 점을 들어 학부교육의 부실함을 거론한 뒤 "토론식 수업이 아닌 대규모수업 중심의 강의 구조와 강의 평가의 유명무실화 등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고안은 "설문조사 결과와 제반 분석을 통해 서울대 학부생 대부분이 미래 지도자로서 요구되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학생들이 공부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 자문단의 의뢰로 학부생 688명을 상대로 수업시간 외에 하루평균 공부시간을 조사한 결과 과반수인 56%가 2시간 미만이라고 답했고, 5시간 이상은 7%에 그친반면 아예 공부를 안한다고 답한 경우도 13%나 됐다. 연구.교육환경과 관련, 서울대의 도서관 예산은 하버드대의 2천3백만 달러, 도쿄대의 1천6백만 달러에 턱없이 부족한 2백40만 달러였고, 장서수도 8백50만권을 보유한 하버드의 4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인 2백10만권에 그쳤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총장 선임 및 해임권을 갖는 이사회(Board of Regents) 구성 ▲책임운영을 위한 총장과 학장의 임기 연장 ▲자체 수익사업과 기부활동활성화 등을 통한 재정의 독립성 확보 등을 꼽고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감독과 관여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권고안은 이와 함께 해외석학 유치 확대와 연구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정년보장 교수를 포함, 모든 교수를 상대로 한 평가제도 강화 등을 권고, 서울대가 추진중인 계약제 및 연봉제 실시에 힘을 싣고, 학부교육 내실화를 촉구했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달 초에 이어 17∼19일 서울을 재방문하는 이들의 권고안을 토대로 연내에 장기발전계획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나 발전안에 대한 학내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다는 내부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