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무덤(국가사적 제 191호)이 도굴돼 경찰이 수사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8일 경기도 고양시와 문화재 위탁관리인 전진원씨에 따르면 지난 10월 22일 덕양구 원당동 산 65 공양왕릉의 쌍릉 중 왼쪽 봉분(높이 2.5m, 직경 5.5m)의 뒷면에 가로 1m, 세로 1m 크기의 정방형 도굴 구멍이 발견돼 고양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문화재청과 경찰의 현장 확인 결과 이 구멍은 흙과 정사각형 모양의 잔디(가로30㎝ 세로 30㎝) 9개로 덮여 있었다. 공양왕릉에는 고려자기 등 고려시대 유품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될뿐 부장 품목에 대한 조사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피해품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조만간 금속탐지기 등을 동원, 피해품 확인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왕릉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고려 전통양식의 석호(石虎)와 문무석(文武石), 장명등(長明燈), 비석 등은 그대로 있었다. 경찰은 도굴 구멍을 정교하게 막아 놓았고 발견 당시 현장에 제사 음식들이 널려 있었던 점으로 미뤄 전문 도굴꾼들이 제사를 위장해 도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도굴현장 발견 1~2일 전에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4∼5명이 공양왕릉 주변을 배회했다는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라 문화재 전문 브로커들의 사진과 대조작업을 벌이는 등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 70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뒤 99년 대대적으로 정비 복원된 공양왕릉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의 묘지 4기와 함께 진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조선왕조실록 기록 등에 의거, 국가 문화재 분류상 실제 공양왕릉으로 보존되고 있다. 공양왕은 고려 마지막 임금으로 1389년 이성계 등에 의해 추대됐으나 1392년 조선건국 직전 폐위돼 원주로 추방된 뒤 2년이 지나 지금의 강원도 삼척에서 살해됐다. (고양=연합뉴스) 김정섭기자 kim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