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방문한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옛 서대문 형무소터) 주변은 각종 시민단체 등의 집회.시위가 잇따랐다. 경찰은 이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 아침부터 11개 중대 1천200여명을 독립공원 주변에 배치, 삼엄한 경계.경비망을 짰다. 경찰은 서대문 역사관을 3∼5m 간격으로 촘촘히 에워쌓고 고이즈미 총리 일행의 자동차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립문부터 독립공원 입구까지 500여m에 달하는 왕복 4차선도로도 2중.3중으로 물샐틈없이 가로막아 집회.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다. 삼엄한 경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고이즈미 총리 방한 반대 집회를 시작한 단체는 재향군인회 소속 200여명. 이들은 오전 8시께부터 서대문 역사관 옆 독립공원에서 '교과서는 왜곡해도 과거역사 못바꾼다', '왕따당한 한국외교 정부는 분발하라' 등 플래카드를 걸고 반일구호를 외쳤다. 특히 이 단체 소속 회원 4명은 호국영령을 상징하는 해골분장을 한 채 삼지창으로 일본총리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찌르는 퍼포먼스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순국선열유족회는 독립공원 내의 독립관앞에 '야스쿠니 참배한 고이즈미 방문은서대문 역사관 더럽힌다' 등 20여개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내걸었다. 민주노총과 범민련 남측본부 등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소속 50여명은 독립문 앞에서 '식민지배 사죄하고 침략수탈 배상하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집회를 했고, 특히 이들은 일장기가 둘러쳐진 고이즈미 총리의 허수아비를 불태웠다. 한총련 학생들도 서대문 독립공원 주변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펼쳐 이날 오전 9시10분께 한총련 소속 9명의 학생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역사관 진입을 시도했으나 좌절됐다.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몰린 틈을 타 또 다른 한총련 소속 학생 10여명은독립문앞을 가로지르는 현저고가도로에서 '군국주의 역사왜곡 고이즈미 방한반대'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유인물 수백장을 뿌리며 고공시위를 벌였다. 또 통일연대 상임의장 한상렬목사와 한총련 소속 10여명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독립문 로터리에 진입, 구호를 외치며 차도에 드러누웠다 경찰에 의해 들려나왔고 일부 자통협 소속원들은 도로를 향해 계란 5∼6개를 투척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1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도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경찰의 철통같은 경비속에 별다른 사고없이 역사관 방문을 마쳤고 일총리가 역사관을 떠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은 집회참가자들은 하나둘씩 현장을 떠났다.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한 외신기자는 "과거사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 한.일관계는 제자리 걸음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45분께 동작동 국립묘지를 방문한 고이즈미 총리는 헌화후 방명록에 '小泉純一郞'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남긴뒤 도착 10분만에 국립묘지를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