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보복 임박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코앞에 둔 국내 거주 아랍권 국가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도 침체되고 긴장된 분위기다. 예년 같으면 동료들끼리 오붓한 추석행사를 갖고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나누며 모처럼의 휴일을 만끽했겠지만 올해의 경우는 삼삼오오 모이기만 해도 전쟁걱정에시름부터 터져나온다. 게다가 '미국이 라덴의 소행임을 입증하지도 않고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이슬람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라는 반감이 이슬람 교도 사이에서 지배적인 만큼 이 지역에는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 사이의 묘한 긴장감 마저 감돌고 있다. 가장 팽팽한 긴장감이 감지되는 곳 중의 하나가 미군시설과 아랍국가 대사관 및종교시설들이 밀집돼 있는 용산구. 주한미군 사령부와 이스라엘 대사관저를 비롯, 아랍에미리트, 이란, 예맨, 파키스탄 등 아랍국가 대사관과 이슬람 성원 등 미 테러 사태 이후 주변에 경찰병력이배치돼 있는 각 관련시설 주변은 삼엄하기까지 하다. 예년 같으면 타국에서의 모처럼의 연휴를 만끽하기 위해 주한미군과 외국인 노동자 등 많은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북새통을 이뤘을 이태원도 연휴 첫날인 29일 오후 사람들의 발길이 평소보다도 뜸해 썰렁하기만 했다. 특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될 경우 미국의 중간기지 역할을 하게 될것으로 보이는 파키스탄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홀홀단신으로 타국만리를 찾은 노동자들이 대부분인이들은 두고온 가족걱정에 전화요금이 비싸지만 시시각각 국제전화를 통해 친지들의안부를 묻기에 정신이 없다. `가족과 더이상 떨어져 있을 수 없다'는 불안함에 `금의환향'을 포기한 채 이미 한국을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는 경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전체 7만여명 정도 되는 한국내 이슬람 신도들의 터전격인 한남동 이슬람성원도 추석연휴를 맞아 29일부터 3일까지 성원을 24시간 개방, 오갈데 없는 이슬람 신도들의 숙식장소로 제공하기로 했지만, 첫날인 29일 오후 이곳을 찾은 외국신도들의표정은 대체로 침통하고 축 늘어지기만 했다. 5년전 한국에 들어왔다는 한 파키스탄 노동자(30)는 "한국에 있는 파키스탄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심각한 상태"라며 "일년에 한 번 있는 추석연휴가 전쟁걱정으로얼룩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