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고별강연한 이어령 梨大 석좌교수 ]



이어령(67)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7일 오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대회의장에서 고별강연을 했다.


1966년 국어국문학과 강사로 부임한 이래 35년 만에 강단을 떠나게 된 것.


이 자리에는 교수와 학생,문화계 인사 등 3백여명이 참석했다.


이 교수는 이날 '헴로크를 마신 뒤에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나-정보 지식 지혜'란 주제로 강연했다.


헴로크란 소크라테스가 처형될 때 마신 독약으로 일종의 독미나리다.


이 교수는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앞두고서 철학자가 육체를 치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육체에서 분리된 영혼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람임을 증명해 보였다"며 나름대로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특히 일제시대와 해방 후의 좌우익 이데올로기 갈등,독재정치,민주화 투쟁 등을 거치며 문학과 학문조차 흑백논리에 압도당해 온 데 대해 비판했다.


"좌우익 이데올로기나 참여·순수의 흑백논리로 시 분석만이 아니라 문학의 이론구조 전체를 황무지로 만들어 버린 대학가의 문과교실을 '그레이존'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전략과 이론으로 30여년을 버텨 왔습니다"


'그레이존'이란 기회주의자들이 숨어 지내는 회색지대가 아니라 양쪽을 다 봄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이상향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민중문학을 운운할 때 나는 집단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의 인간의 완결성과 지존함을 얘기하려고 했으며 친체제와 반체제를 놓고 답안이 강요되는 세상에서 나는 친(親)도 반(反)도 아닌 비(非)체제의 새로운 답지를 만들어 넣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문단과 대학가,심지어 제자들 사이에서도 소외된 작은 섬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치와 법,경제는 '베스트 원'을 추구하지만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서는 '온리 원'을 추구한다"며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나'의 세계를 노래하는 것이 시요,문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창조적인 상상력을 지닌 인간을 길러낸 교수로 기억된다면 지금까지 한 일에 대해 보상받게 될 것"이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날 강연에 앞서 후학들이 이 교수의 퇴임을 기념해 만든 '상상력의 거미줄-이어령 문학의 길찾기'(생각의 나무)란 책을 헌정했다.


충남 온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를 나온 이 교수는 약관 22세 때 한국일보에 김동리 황순원 등 당대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이후 소설가 극작가 국문학자 언론인 출판인 문화부장관으로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