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 관련 대학원의 교육 여건이 엉망이다. 연구실 세미나실 강의실 등 기본적인 연구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면학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명문사학인 서울의 A대학 인문강의동. 주로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들이 수업을 듣는 이 강의동은 컨테이너 박스를 연상시키는 3층짜리 조립식 건물. 이곳에서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강의하거나 질문해야한다. 벽 두께가 워낙 얇아 옆 교실의 소리가 그대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아예 창문도 없어 햇빛이 들지않는 '쪽방 강의실'까지 있다. 이 건물은 지난 96년 9월 존속기간 3년인 가설건축물(임시건물)로 승인이 났다. 현재는 재승인을 받아 일반건축물(영구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대학측은 지난해 6월 경영대학원 건물을 리모델링한 데 이어 올 6월에는 종합생활관을 완공했지만 인문강의동의 경우 신축 또는 이전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다. 다른 명문사학인 B대학 문과대 대학원생들은 도서관에서 '메뚜기'(빈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학생) 노릇을 하며 논문을 쓰고 있다. 올해초 대학측이 대학원생 합동연구실을 신임 교수 연구실로 바꾸면서 연구 공간을 잃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과간 통합연구 과정인 '협동과정' 대학원생들은 오후 5시 이후에야 수업을 들을 때가 많다. 강의실 부족으로 사실상 '야간대학원생' 취급을 받는 셈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8년말 17만9천7백73명이던 대학원생은 지난 4월초 24만3천4백27명으로 35.4% 늘어났다. 반면 연구시설은 거의 확충되지 않았다는 게 대학원생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99년 한국대학원생대표자협의회가 국내 9개 대학 석·박사 1천4백29명을 대상으로 연구시설 등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33.4점(만점 1백점)이 나오는데 그쳤다. 한원협 관계자는 "이른바 '돈 되는' 이공·상경계열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돈 안되는' 인문·사회계열은 완전 찬밥신세"라며 "대학측이 대학원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