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요즘 들어 부쩍 눈에 많이 띄는 광고가 있다. "세스(CES)영어"라는 영어교재 광고가 바로 그것.이 광고에는 "로버트 할리"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외국인과 함께 약간 통통해 보이는 한국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사진의 주인공은 이 교재를 만드는 회사인 세스넷(www.ces1318.co.kr)의 황규동 사장(38). 황 사장은 독특한 학습프로그램과 마케팅 전략으로 영어회화테이프 시장에 발을 디딘 지 2년만에 회사를 수위 업체로 올려 놓았다. 회사측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은 1백억원,당기 순이익은 20~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영어 테이프를 파는 회사중에서는 가장 알찬 성과를 올리게 되는 셈이다. 황 사장은 "영어 왕초보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무엇보다 분산학습법을 응용한 교육프로그램이 수요자의 요구와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스영어"의 테이프가 채택한 분산 학습법은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특정지식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쏟아 붓는 것보다 짧은 시간동안 여러번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세스영어의 교재는 약간은 지겨울 정도까지 영어문장을 반복하는 학습법을 채택했고 이는 곧장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영어회화 테이프에 수록된 문장은 어느 회사제품이나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제품의 경쟁력은 학습내용보다 학습방법에 달려 있다"는 황사장의 사업초기 판단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같은 사업감각은 황 사장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83학번인 그가 처음 몸담은 직장은 LG증권.대학시절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영어실력도 괜찮은 편이었고 이런 점이 반영돼 국제 금융부로 배치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생활정보지(교차로)를 판매하는 일에 뛰어 들었고 여기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그 후 황 사장의 다음 사업 아이템은 다소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서경베스타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불빛나는 귀후비개"를 팔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익이 나던 사업이었지만 중국제가 밀려 들어 오면서 판매량이 급감했고 그 시절 그의 머리에 대안으로 떠오른 아이템이 바로 현재 열중하고 있는 영어교재사업이었다. 왜 그렇게 자주 옮겨다니냐는 질문에 그는 "일부러 여러 사업에 손댄건 아니고 주변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며 웃는다. 황 사장은 앞으로 최근에 설립한 "영어사관학교"라는 오프라인 학원과 "세스잉글리시(www.cesenglish.co.kr)"라는 온라인 학습사이트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내년쯤 코스닥 등록도 고려해 볼 참이다. "어떤 시장에서든지 제품의 품질이 최우선"이라는 신념 아래 영어를 배우려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교재를 만들어 내는 것.황 사장이 요즘 꾸는 꿈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