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부산 도심에서 28명의 사상자를 낸 시내버스 사고는 버스 운전사의 순간적인 기지 덕분에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버스 승객들에 따르면 110-1번 시내버스(운전사 서귀봉.47)는 2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부산시 북구 만덕동쪽에서 동래구쪽으로 만덕터널을 달리던 중 터널을 막 빠져나올 무렵 터널 만덕기점 1천550m지점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계속 돌진했다. 뒤에서 달리던 동경환경 소속 부산06-1885호 덤프트럭(운전사 최영한.51)이 버스 뒷부분을 들이받은 것이다. 버스 뒤쪽에는 제동장치에 압축공기를 공급하는 '에어콤프레셔'가 있는데 추돌사고후 버스는 이 부분이 크게 파손되면서 제동장치를 작동할 수 없게 됐던 것이다. 추돌사고후 버스 안에 서 있던 승객들은 바닥으로 넘어졌으며 1차 사고후에도 버스가 계속 돌진하자 고함을 지르며 불안에 떨었다. 일부 승객은 '버스를 벽쪽으로 붙이라'고 운전사에게 말했지만 운전사 서씨는 지그재그 운전을 하며 앞서 달리던 차량들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이어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버스는 가속이 붙어 미남 교차로쪽으로 돌진했다. 운전사 서씨는 버스가 교차로로 진입하기 불과 10여m전에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급조작했고 버스는 도로 오른쪽 안전지대에 쌓여 있던 지하철 공사 자재더미를 들이받았다. 차는 겨우 정지했지만 수십가닥이나 되는 철근이 버스철판을 뚫고 승객들을 덮치면서 승객들이 철근에 깔리는 등 버스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는 불과 10여초안에 벌어졌는데 버스운전사가 오른쪽으로 운전대를 급조작하지 않고 교차로로 그대로 진입했다면 대형 참사가 빚어질 뻔했다. 승객 이우용(65.북구 만덕3동)씨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뒤 버스 승객들이 고함을 지르는 등 버스안이 아수라장이 됐는데 그나마 철근더미를 들이받아 사고를 줄일수 있었다"고 말했다. 4살짜리 아이와 함께 버스에 탑승했던 이미정(32.부산진구 부암동)씨는 "불과 10여초만에 벌이진 일이지만 버스운전사의 순간적인 기지가 없었다면 아마 저나 아이나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기자 swi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