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가뭄대책비를 지난해의 10배나 지원한 것과 별도로 국민들이 가뭄지역에 양수기를 보내기 위해 모은 성금 100억원을 각 시.도에 배정했으나 시기선택과 지원방법이 졸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4일 농림부와 경남도 등에 따르면 농림부는 양수기 보내기 국민성금 100억원을 지난달 14일과 18일 두차례에 걸쳐 20억원으로 양수기를 구입하고 80억원으로 암반 관정을 굴착하도록 각 시.도에 배분했다. 양수기의 경우, 1대당 50만원을 기준으로 경기 824대, 충남 684대, 충북 516대, 경남 480대 등 4천대를 구입하고 암반관정은 한 곳당 4천만원씩 강원 34곳, 충남 29곳, 충남 22곳, 경남 20곳 등 모두 200곳을 굴착하도록 했다. 그런데 양수기 구입은 물론 암반관정 굴착이 장마가 예고돼 있거나 장마비가 내리고 있는 동안에 이뤄져 올해 가뭄대책용으로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양수기는 대부분 한 번 사용하지도 못하고 읍.면.동 창고에 보관중이며 준공까지 두달가량 걸리는 관정은 착정신고만 돼 있는 상태에서 착공을 못했거나 공사중이어서 내년 가뭄때나 사용할 수 있게됐다. 특히 양수기의 경우, 농림부가 시.도별로 대수는 물론 기종까지 미리 지정하는 바람에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를 끌어다 사용해야 돼 논에서 사용하기가 불편한 전동기형은 인수를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강원도에는 엔진형 120대와 전동기형 228대가 배정됐는데 도에서 실정에 맞지 않는 전동기형은 교체해줄 것을 요구, 엔진형 재고물량 120대를 지원받았다. 충북에도 엔진형 175대와 전동기형 341대가 지원됐지만 전동기형의 경우 역시 전기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해 농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여기다 평지를 제외한 논에서는 양수기 출력이 5-10마력은 돼야하나 전국적으로 0.5-2마력짜리 소형 양수기가 많이 배정되는 등 농림부가 양수기 물량 확보에만 급급해 지역실정과 무관하게 기종을 일방적으로 배정, 무용지물이 될 양수기가 적지 않은 형편이다. 한편 농림부는 올해 가뭄대책비를 지난해 275억원의 10배나 되는 2천779억원을 지원한 상태에서 배정한 국민성금을 지역실정도 감안하지 않은 채 용도까지 미리 지정해 서둘러 집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남도관계자는 "양수기 기종 선정이 현실과 맞지 않아 농림부에 항의를 했으나 단시간에 전국적으로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이해했다"며 "성금의 구체적인 용도는 지자체별로 융통성을 주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이번 성금은 용도를 지정해 모금됐고 보건복지부와 재해대책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지원했다"며 "양수기나 암반관정은 내년에 사용해도 되며 특히 양수기는 가뭄 뿐만아니라 수해때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정학구기자 b94051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