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사업지구에 포함된 경기 용인시 기흥읍구갈리(舊葛里) 강남대 캠퍼스 인근 야산 일대에서 한성 도읍기(BC 18-AD 475년) 백제 유적이 대규모로 확인됐다고 기전문화재연구원(원장 장경호) 발굴단이 9일 발표했다. 이들 유적중에는 최근 충남 공주에서 30기가 떼를 이룬 채 출토된 바 있는 용도미상의 개미집 모양 땅굴이 지금까지 무려 50기가 확인돼 그 용도가 무엇이었는지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곳에서는 또 주거터 16기를 비롯한 한성백제 각종 유적 92기 및 다수의 토기와 철기 등 유물을 확인했는데 대체로 기원후 3-4세기 무렵 것으로 판단됐다. 주거터는 대부분 직사각형에 가깝고 땅을 파내려간 이른바 움집이며 그 안쪽에서는 기둥을 세웠던 구멍과 벽체 시설 및 부뚜막이 확인됐다. 주거지 형태에서 다소 독특한 점은 한성백제 중심지인 서울 풍납토성과 그 인근몽촌토성, 미사리 유적 등지의 서울 강남지역 일대에서 빈번히 확인된 육각형 또는呂(여)자형이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면 구갈리 유적과 비슷한 사각형 주거지는 화성 왕림리 및 당하리 유적 등지의 경기 남부지방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수십기가 떼를 이룬 구덩이는 땅을 파고 내려간 다음 아치 모양으로 만들었으며,평면으로 잘랐다고 생각했을 때 원형.타원형과 모가 진 사각형의 두 가지로 대별되고 있다고 발굴단은 설명했다. 이런 구덩이는 크기가 지름 1-3m, 깊이 1-3m 정도여서 대형은 성인 몇 사람이들어가 설 수 있으며 위보다 아래쪽이 넓은 복주머니형(플라스크형)이다. 일부 구덩이는 공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두 개가 구멍으로 서로 연결돼 마치 표주박을 옆으로 눕힌 것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러한 구덩이를 종전에는 무 구덩이와 같은 저장용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으나 최근 들어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주거용이나 취사용 혹은 방어용 시설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런 구덩이중 한 곳에서는 손잡이가 달린 시루와 적갈색 토기가 출토됐고불 땐 흔적까지 있어 이 안에서는 간단한 취사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됐다. 출토 토기로는 긴 계량 모양(장란형)과 사발 모양 및 단지형 등이 확인되는 반면 한성도읍기 중기 이후에 등장하는 굽다리잔(고배)과 세발달린 토기(삼족기)는 거의 없어 이들 유적과 유물은 시대로 보아 한성백제 초기에 속할 것으로 추정됐다. 토기중에는 풍납토성과 파주 주월리 육계토성, 원주 법천리 등지의 한성백제 유적에서 최근 출토 사례가 늘고 있는 대형 단지(옹)가 섞여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