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궁예의 죽음장면 방영을 앞두고 대하사극 "태조왕건"(KBS 1TV)의 시청률이 치솟으며 이 드라마의 "신드롬"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이달들어 시청률 50%를 넘어선 "태조왕건"은 20일 방영분에서 시청률이 극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MBC 드라마 "허준"이 세웠던 역대 최고 시청률 60%를 깰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드라마 세트장이 세워진 문경새재,제천 등에는 관광객이 몰려들며 명소로 떠올랐고 출연진들에겐 광고섭외가 쏟아지고 있다.

궁예 왕건 견훤 아지태 등 주요 등장 인물들을 빌어 사람 됨됨이를 분류하는 "인물 유형론"도 한동안 주춤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속적 인기 몰이=방영 초기부터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 드라마는 궁예의 폭정이 심해지면서 시청률이 더 올라갔다.

미륵을 자처하며 동방의 대제국을 꿈꿨던 궁예가 무리한 북벌정책을 추진하며 백성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마군''이 되는 과정이 흥미를 끈 결과다.

궁예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신통력인 ''관심법''으로 전횡을 일삼는다는 이야기를 드라마에 도입하면서 인기는 더 높아졌다.

역모를 꾀했던 장인 강장자와 아지태,왕후인 연화와 두 태자도 ''관심법''의 희생양이 됐다.

연화가 처형당하는 장면이 나간 지난 6일(1백16회) 방영분에서 시청률은 51.1%,지난 13일(1백18회)엔 52%까지 치고 올라갔다.

남녀간 삼각관계나 불륜 등에서 벗어나 후삼국시대를 배경으로 영웅들의 야망 및 인간경영학을 박진감있게 다뤄 30~40대 남성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인 것도 이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촬영지 관광명소로 부상=태조왕건은 각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사극 촬영장소 유치경쟁을 일으키게 했다.

지난 99년 11월 2만평 규모의 문경새재 세트장이 문을 열면서 관광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99년 40만명에 불과하던 문경새재 일대 관광객이 지난해엔 2백65만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선 매월 입장료와 주차료 수입이 세트 설치 전보다 6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제천 청풍문화재 단지내에 태조왕건 세트장이 세워진 이후 단지내 관광객도 전년 대비 5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안동 해상촬영장 역시 주말이면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출연자 광고섭외 쇄도=출연자들도 드라마 인기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 에어컨 ''블루윈'' 방송광고엔 왕건의 심복인 박술희(김학철) 능산(김형일) 태평군사(김하균) 등이 등장한다.

극중 분위기를 내기 위해 아예 태조 왕건의 세트장과 소품을 빌렸다.

분장도 태조 왕건 분장팀에 맡겼다.

일양약품 ''원비D'' 광고에도 태평군사와 박술희 유금필(강인덕)등이 나온다.

어려움에 처한 왕건측이 작전 회의를 하던 중 태평군사가 "필승의 전략이 있소이다"하며 ''원비D''를 꺼낸다는 내용.롯데의 ''베이컨경단'' 광고엔 극중 견훤의 아버지인 아자개(김성겸)와 부인(이미지)이 출연한다.

반면 주인공을 맡고 있는 최수종 김영철 등은 드라마의 이미지를 위해 광고출연을 자제하고 있다.

◇주인공들을 빗댄 인물론 유행=이 드라마는 사회 곳곳에 ''왕건형'' ''궁예형'' 등의 인물론을 유행시켰다.

정치인들은 상대방을 비방할 때 궁예의 참모역할을 했던 아지태를 즐겨 인용했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요즘 포용력과 리더십이 있는 왕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한다.

직장에선 상사들을 평가하면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빗대기도 한다.

LG그룹이 최근 계열사 팀장 1백명과 팀원 3백명을 대상으로 팀장의 리더십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가장 바람직한 팀장은 ''왕건형''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반면 권위주의 소유자인 ''궁예형''을 최악의 팀장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제작 방향=태조 왕건은 총 1백84회가 방영될 예정이다.

아직 64회가 더 남아 있는 셈이다.

앞으로 드라마의 무게 중심은 왕건과 견훤쪽으로 옮겨진다.

견훤은 아버지 아자개와의 끊임없는 반목으로 고통을 겪는다.

왕건은 이런 부자 갈등을 이용해 아자개를 포섭,상주 지역을 손에 넣는다.

이를 통해 왕건은 삼국통일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다.

안영동 책임PD는 "궁예의 죽음 이후 드라마의 인기가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왕건과 견훤이 일생일대의 승부를 벌이는 웅장한 전투장면에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해 인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길덕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