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단체 간부출신의 화랑.골동품점 대표와 사찰 주지 등이 포함된 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재밀매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형사7부(이한성 부장검사)는 24일 전국 사찰 등지에서 해인사 중수발원문 등 국보급이나 보물급으로 추정되는 문화재를 훔치거나 이를 수집해온 문화재밀매단 일당 36명을 적발, 이중 문화재 전문절도범 추모(61), 전 고미술협회 회장 공모(53)씨 등 24명을 문화재보호법 및 장물취득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대구 K병원 의사 김모(51)씨 등 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조모(60.전 부산 고미술협회 회장)씨 등 4명을 수배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용비어천가 진본(조선중기 간행본), 해인사 판당고(팔만대장경 보관) 중수발원문, 능엄경언해본, 묘법연화경(천태종 근본경전), 대반야바라밀경(보물급 불경), 익안대군(태조의 셋째아들) 영정 등 국보 및 보물급을 포함해 1천여점의 문화재를 회수해 출처와 유통경위를 캐고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추씨 등 문화재 전문털이꾼들은 98년 7월 서울 서대문구봉원사 명부전에서 경찰관 손모(경사)씨가 망을 보는 가운데 보물급인 "능엄경언해활자본" 7점 등을 훔치는 등 전국의 사찰을 돌며 불상 안에 보관돼 있는 "복장유물" 수백점을 훔친 혐의다.

검찰은 서울 인사동의 모화랑 대표인 공씨가 작년 8월 김모씨가 훔친 충남도 지정문화재인 익안대군 영정을 4천5백만원에 사들이는 등 전국 주요 도시의 화랑 및 골동품점 대표와 의사 등이 도난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구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 밀매단은 국내에서는 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 도난 문화재를 전시회 등의 명목으로 일본으로 밀반출한 뒤 일본에서 정상구입한 것처럼 가장하는 "문화재세탁"을 거쳐 국내로 재반입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불상안에 있던 복장유물이 바닥나자 최근 조성된 불상의 복장에서 금불경 등을 마구잡이로 훔쳐 금은방에 판매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골동품시장에서 복장유물은 주인이 없고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물품으로 인식돼 왔다"며 "불교종단이 복장유물에 대한실태를 조사해 국보급.보물급인 경우 박물관에 보관하는 등 도난방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