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변근희(23)씨는 얼마 전부터 다시 웹프로그램 6개월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제1회 전자상거래관리사 시험을 통과한 뒤 IT업계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변씨는 "마케팅과 웹의 중간쯤에 있는 전자상거래관리자 자격증만으로는 이력서조차 넣을 곳이 없었다"며 "IT업계에서 일하기 위해 웹프로그램과정을 다시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지난해 탄생한 신설 국가기술자격의 "거품"이 급속히 빠지고 있다.

제2회 전자상거래관리사 시험 원서접수자는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제3회 직업상담사 원서접수자의 경우는 더 심해 첫 시험 때의 15분의1로 급감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해당 자격증 취득이 취업에 도움을 주지 못한데다 경기침체와 장기화되는 취업난 여파로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 추락=IT벤처 열풍과 함께 젊은세대 사이에서 최고의 자격증으로 통했던 전자상거래관리사가 올들어 "그저 그런" 자격으로 전락했다.

대한상의는 오는 4월 실시하는 제2회 전자상거래관리사 시험에 모두 3만34명이 응시원서를 냈다고 11일 밝혔다.

이같은 지원자수는 지난해 제1회 시험의 9만2천6백명에 비해 3분의1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전자상거래 교육기관인 EC아카데미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올들어 IT산업이 침체되면서 자격증을 따더라도 취직 자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인터파크 관계자는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 보유자를 채용과정에서 우대하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기업에서는 이론 중심적인 자격시험 통과자보다는 실제 마케팅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원 등 관련 교육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E에듀넷닷컴의 2회 시험 대비 수강생은 1백17명으로 지난해 3백54명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강남웹정보처리학원의 경우 지난해만해도 6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시켰으나 현재는 18명만이 수강중이다.

<>다른 신설 자격증도 공멸 위기=전자상거래관리사와 함께 신설된 직업상담사와 사회조사분석사도 상황이 나쁘다.

이들 자격증은 지난해만해도 20개 유망직종으로 선정돼 취업을 앞둔 대졸자나 실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나 올들어서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제1회 직업상담사 시험의 원서접수자는 2만5천6백명에 달했으나 2회 시험에서 7천8백53명으로 줄어든 뒤 올해 3회 시험에서는 1천7백52명으로 감소했다.

사회조사분석사도 첫 회 5천67명에서 3천2백51명으로 줄어든 뒤 3회 시험에서는 1천8백8명에 그쳤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봐야 취업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노동부 산하 각 지방의 고용안정센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 신규 채용인원중 자격증 소지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유호정(24)씨는 "6개월 이상을 투자해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아직도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며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했던 시간이면 다른 자격증 2개는 충분히 딸 수 있었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최승욱 홍성원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