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형수술이 남자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신세대는 물론 회갑을 넘긴 노인까지도 머뭇거리지 않고 성형수술을 받는 대열에 서고 있다.

''남자는 남자답게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의 호감을 사는 귀여운 외모로 변신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입시나 취직시험에서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성형수술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사업상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도 눈에 띈다.

남자들이 가장 관심갖는 부위는 코.

쏟아질 듯한 큰 눈이 여자의 미모를 좌우한다면 코는 남자의 자존심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코를 높이는 수술은 기본이다.

흔히들 복이 나간다는 들창코 벌렁코를 수술하려는 남성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U성형외과에는 최근 몇달 사이에 코 성형수술 환자가 하루도 끊긴 적이 없을 정도다.

쌍꺼풀 수술도 이젠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눈을 귀염성있는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하는 신세대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눈 안쪽의 내안각(일명 몽고주름)을 잘라 눈을 크게 만드는 성형수술도 유행이다.

이마를 돋우는 성형수술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넓고 각지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을 동그랗고 작게 만드는 턱 교정수술도 보편화되고 있다.

남성들이 여성보다 성형수술을 더욱 과감하게 결정하는 성향도 특이하다.

서울 박현 성형외과 원장은 "상담을 한 사람 가운데 90%가 즉석에서 수술을 신청한다"며 "주말에 수술한 뒤 테이프를 얼굴에 붙인 채 당당하게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남성의 성형수술 욕구가 늘어나자 신세대들은 수백만원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유소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라고 성형외과 의사들은 귀띔했다.

유명세를 타는 전문병원에서 수술받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원정오는 경우도 적잖다.

서울 가인성형외과 최해천 원장은 "여자들이 얼굴이 작고 부드럽게 생긴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무랄 게 없는 남성미를 갖춘 남자들 가운데서도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성화된 귀여운 외모를 중시하는 세태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성길 연세대 정신과 교수는 "외모가 개선되면 자긍심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온갖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실력을 키우는 데 비하면 성형수술은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자긍심을 살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