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 사이에 휴대용 전자게임기인 ''펜들럼 디지몬'' 열풍이 불고 있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첫 수업에 들어간 6일 서울시 중구 M초등학교 5학년 교실.

수학 수업이 한창인데 선생님은 도무지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아이들의 시선은 온통 자신들의 손바닥으로 몰려있고 뭔가 연신 흔들어댔다.

그러다 난데없이 ''삐리릭 삐리릭'' 전자음이 울렸다.

전자음의 정체가 펜들럼 디지몬이라는 것을 밝혀내고는 수업시간에 가지고 놀면 빼앗아버리겠다는 경고를 한 뒤에야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디지몬은 3년 전 크게 히트한 휴대용 애완동물 기르기 게임기인 다마곳치와 비슷한 게임기다.

몬스터를 부화시켜 성장시키고 훈련도 시킨 뒤 다른 게임기와 연결,각자가 키운 몬스터끼리 결투도 벌일 수 있다.

최근엔 디지몬 게임기를 손으로 흔들어주면 몬스터의 성장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갖춘 펜들럼 디지몬이 등장,디지몬 열기를 더욱 달궈놓고 있다.

어린이들은 키우기에 따라 1,2,3단계를 거쳐 진화하는 모습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 열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로는 성에 안차 2~3개까지 갖고 노는 학생도 더러 있다.

모초등학교 4학년인 김형섭(11)군은 "수업 시간에 ''디지몬''하다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다"며 "그래도 비타민도 주고 닭고기도 먹이는 게임기가 너무 재미있어 자꾸 손이 간다"고 말했다.

디지몬 열풍은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디지몬 홈페이지에는 게임방법과 생존 전략을 문의하는 내용이 하루 평균 1백20여건 올라올 정도로 붐비고 있다.

어린이 포털사이트 ''주니어네이버''(www.jrnaver.com)의 인기검색어 1위는 단연 ''디지몬(몽)''으로 ''게임''''채팅''''포케몬''''HOT'' 등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구청별 디지몬게임대회까지 열려 수십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디지몬은 일본 완구회사인 반다이사가 97년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1천만개가 팔릴 정도로 대히트를 쳤다.

국내에서는 영실업이 게임기의 판매 대행을 맡아 지난해 약 40만개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영실업에서 디지몬 관련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용일씨는 "1백개가 넘는 아동용 완구 아이템 중 디지몬 게임기로 지난해 매출의 30% 정도를 올렸다"며 "올해도 지난해 올린 6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몬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디지몬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내 마음대로 죽이고 살릴 수 있다''는 생명 경시 사고가 싹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디지털 게임에 인간미가 가미된 게임이어서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