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및 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 부장검사)는 2일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만든 사설펀드에 가입한 정·관계 인사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 가입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금감원의 협조를 받아 조사역 10여명을 동원,로비 대상으로 거명된 금감원 간부와 펀드가입자 명의대여자 등에 대한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정씨가 설립하거나 인수한 계열사에 대해 코스닥등록을 추진하면서 관계기관과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단서를 잡고 사실을 확인중이다.

검찰은 정씨의 재산증식 과정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펀드 수익과 주식매매 차익,불법대출금 등으로 정씨에게 총 1천억원대의 수입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정확한 재산내역을 파악중이다.

또 자살한 장래찬 전금융감독원 국장이 남긴 유서가 모두 같은 날 작성되지 않았으며 일부는 필적도 다른 점을 중시하고 자살전 접촉인물과 통화내역 등을 추적하고 있다.

◆사설펀드 가입자=검찰은 이날 소환한 펀드 가입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있어 소환한 것이 아니라 확인 차원"이라며 "유력인사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기배 서울지검 3차장도 "지금까지의 조사과정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포함됐다는 진술은 전혀 없었으며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높은 사람'' 식의 막연한 진술 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유력인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유력인사의 주변인물이 가입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는 정치권 인사의 비서관과 부인,고위 공직자의 친지,언론계 간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설펀드는 5개로 6백53명이 7백3억원을 가입한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수사방향=그러나 수사결과 과연 ''불법''을 가려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일단 가입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했지만 이들을 ''사법처리''로 연결짓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검찰 관계자도 "정치권 인사나 고위공직자,금감원 간부 등의 가입사실을 확인하더라도 단순한 ''재테크''라고 한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따라 ''불법성''을 확인하지 않으면 수사는 무위에 그친다고 보고 있다.

펀드가입을 대가로 특정한 혜택을 주고 받았다든가,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을 보전받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사장이나 이 부회장의 ''입''만 통해선 이같은 물증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보고 대대적인 수표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 간부에 대해서는 펀드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재산내역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