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장래찬씨는 이미 자살을 각오한 듯 상당히 세밀한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꼼꼼한 글씨로 계산을 맞추어 가며 주식매입 규모와 투자자,자금의 출처 등을 밝혔다.

죽은 옛 친우의 가족을 위해 주식에 손을 댔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으며 다른 사람은 용서해 달라는 말도 남겼다.

죽은 뒤엔 장모 옆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유서의 내용을 요약한다.

<>평창정보통신 매입 경위=옛 재무부 재직 때 금융정책과에 근무하던 이모씨의 가족을 위해 주식에 투자했다.

이씨는 간암으로 사망했고 많은 재산을 남겼으나 부인이 주식투자로 재산을 다 날려 가족들을 위해 사망한 이씨의 부인(이모씨)와 함께 주식투자를 하게 됐다.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에게 부탁했으며 유 사장이 액면가격인 8천원에 사주겠다고 제의해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샀다.

지난 1월10일 1억8천4백만원을 주고 2만3천주를 샀으며 2월에 주식을 현물로 받았다.

그 뒤 2만주는 주당 3만5천원(총7억원)에 유조웅 사장에게 매각하고 3천주는 주당 4만원(2억원)에 팔았다.

주식을 팔아 6억3천6백만원의 이득을 얻었다.

유조웅사장에게 받은 7억원은 이씨(사망자의 부인)에게 전달했다.

나는 돈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이 돈으로 한국디지탈라인 주식 1만9천주를 샀다가 팔아 7천2백만원의 이득을 더 얻었다.

<>한국디지탈라인 주식매입 경위=지난 3월10일경 유 사장이 "한국디지탈라인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디지탈임팩트를 인수하고 평창정보통신을 인수하면 주가가 뛴다"며 무조건 투자하라고 했다.

손실이 발생하면 보상하겠다고 했다.

죽은 친구의 부인 이씨가 이 얘기를 듣고 7만주(주당 3만3천원)를 매입했다.

그러나 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씨가 손실보상을 요구해 유 사장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내가 2만주를 3억원에 매입해 주었고 동방금고가 2만주를 7억원에 매입했다.

<>평창정보통신 3만주 로비설=평창정보통신 주식 3만주가 금감원에 전달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죽은 친구를 위해 2만3천주를 투자했으며 옛날 동료가 5천주를 받은 것이 와전됐다.

금감원에서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받은 적이 없다.

금감원 직원들은 원칙과 성실로서 금융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무척 고생하고 있다.

<>직원과 검찰총장에게=무수한 주변 사람들이 조사를 받게 될 것을 생각하니 해답이 없다.

내가 죽거든 장모님 옆 공터에 묻어달라.

진실은 옛 동료의 부인 이모씨에게 들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다른 직원은 죄가 없으며 모두 용서해 줄 것을 부탁한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데 대해 무엇으로도 용서를 받을 수 없다.

지난 10일간 무척 후회하고 고민과 번뇌를 하다 자살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임직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겨 놓고 저 세상으로 가겠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