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세운 시설들이 사전계획 부실과 주민반대 등으로 가동하지 못한 채 곳곳에 방치돼 있다.

사업성과 타당성을 잘못 판단해 중도에 사업을 중단,시민들이 낸 혈세를 날려 버린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따라 시민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엉터리 사업으로 허비한 세금을 되돌려받기 위해 ''납세자 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예산감시위원장을 맡고있는 윤영진 계명대 교수는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사업은 시민의 세금으로 벌이는 것인 만큼 철저한 타당성 검증과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한다"며 "납세자 소송을 위한 특별법을 다음달중 입법청원해 낭비된 예산을 소송을 통해 돌려받는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인근에 건설한 하수종말처리장은 하루 처리용량이 3천t으로 분당 전역은 물론 성남시의 일부 하수까지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하지만 분당주민들과 성남시민들의 이해가 엇갈려 1년째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1천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운 서울 강남 쓰레기소각장도 지난해 10월 완공됐지만 1년이 다 돼도록 버려져 있다.

하루 처리용량이 9백t이나 돼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받아 처리해야 효율적으로 운영되지만 다른 지역의 쓰레기 반입 문제를 놓고 주민들과 행정당국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지난 97년부터 아파트단지와 단독주택가에 설치한 음식물쓰레기 고속발효기도 2백65대중 1백8대가 잦은 고장과 악취로 무용지물이 됐다.

남아있는 발효기의 가동률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 일원에 쓰레기 소각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자체설비를 갖추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시비와 구비 38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질 판이다.

광주광역시 서구 지평동의 상무 쓰레기 소각장은 주민들의 반대로 사실상 ''쓰레기''나 다름없는 시설이 됐다.

7백43억원을 들여 작년 7월 완공,하루 4백t의 소각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다이옥신 배출과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1년이상 설비를 세워놓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봉래동 둔치도 연료단지 조성과 연결도로 건설사업은 사전조사 미비로 2백33억원을 날린 어처구니없는 케이스.

부산시는 지난 96년9월 둔치도에 5만5천평 규모의 연료단지 조성공사를 시작하며 함께 진입도로를 만들었다.

그러나 사업을 시행하는 부산시연료공업협동조합이 연탄소비 위축으로 사업성이 없다며 지난해말 연료단지 조성 공사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가락동∼봉림동간 도로 9백36m는 예산만 집어삼킨 채 방치돼 있다.

대전시 서구청은 적자투성이의 눈썰매장을 만들어 억지로 운영하고 있다.

서구청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6년 13억원을 들여 둔산 신도심내 남선공원에 눈썰매장을 만들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쓴 일이었다.

그러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운영을 맡았던 민간업체마저 ''사업성이 없다''며 손을 들어버려 서구청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직영하고 있다.

사회부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