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캘리포니아 북부지역 안경사업부의 노사공동위원회 위원들과 매니저의 정력적인 활동과 우리 회사의 노사파트너쉽이 버클리 공장을 되살려냈다"

카이저 퍼머넌트사의 의료그룹 책임자인 토니 게이틀리는 버클리공장이 기적적으로 회생한 뒤 그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미국 최대 비영리 보건의료회사인 카이저 퍼머넌트사는 지난98년 여름 미국 10대 안경알 제조업체인 버클리 공장을 폐쇄하고 타 공장과 합병할 것을 심각히 고려했었다.

근로자의 작업몰입도가 부족한데다 조직문화의 침체로 인해 낮은 저생산성과 노사 불신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또 제품 제조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었다.

공장을 폐쇄하고 합병할 경우 회사는 연간 8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지만 근로자 1백여명은 일자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회사 노사는 협상을 갖고 경영혁신을 위한 유예기간을 가지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공장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품질 개선 및 생산기간 단축을 이루지 못할 경우 폐쇄한다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노사는 공동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영진과 합의하에 경영혁신을 주도했다.

우선 모든 임직원이 렌즈의 제조공정 개선안을 제출하는 등 경영혁신에 적극 참여했다.

노사는 또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하여 개별 근로자의 근로시간 연장 없이 1일 공장가동시간을 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늘리는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점잖고 수동적이며 저항적인" 기업문화가 "적극적인 협력문화"로 전환됐다.

기업문화의 변화는 생산성과 수익성 향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협약 체결 1년후인 99년 10월 파손율 및 불량률 감소로 25만달러를 절약했다.

1천2백개를 단위로 하는 안경 제작기간도 평균 2.7일에서 1.33일로 짧아졌다.

이 공장의 99년도 수익은 98년 대비 10% 증가한 6천만달러에 이르렀다.

회사측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3%의 임금인상과 3%의 성과급을 지급하여 보상했다.

그렇다면 카이저 퍼머넌트사는 왜 노사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었을까.

97년 체결한 노사파트너쉽 협약이 그 해답이다.

회사측과 당사의 노조 및 미국 노총(AFL-CIO) 연합체는 급증하는 영리 보건의료사업체와의 경쟁에 대비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서비스 질 및 작업환경 개선 <>근로자의 의사결정 참여 <>고용과 소득의 안정성 강화 등에 합의했었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의 주축은 전략적 비젼의 공유, 노사의 교육, 쟁점 해소, 이해에 기초한 협상(IBB)으로 설정되었다.

상호이해에 기초한 협상은 버클리공장 노사파트너쉽의 핵심적인 기초가 되었다.

사측은 손쉬운 해결책보다는 노사파트너쉽을 강화하여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노조는 대립보다는 노사파트너쉽이 일자리와 소득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공장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도출했다.

적대적 이념에 기초한 대립보다는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및 소득의 안정성 확보라는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더 중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버클리공장의 성공사례는 최근 카이저 퍼머넌트사 전체에 노조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사 소속 보건계획재단의 최고경영자 로렌스박사가 지난 3월 환자의 안전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노조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환자와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근로자가 환자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회사 노동조합이 이러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 회사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통합의료서비스업체이기 때문이다"

카이저 퍼머넌트사의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노사파트너십은 경영 위기시에 기업의 생존과 근로자의 일자리 및 소득안정에 위력을 발휘한다.

파트너쉽을 통한 경영위기 극복은 근로자의 경영참가는 물론 노조의 위상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노사 파트너쉽은 구호나 일과성에 머물지 말고 공정한 성과배분 등 구체적인 내용을 가져야 하며 평상시에 잘 기능해야만 위기 상황에서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황기돈 < 한국노동교육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