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지역의료보험)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과 임원들에 대해 상식을 벗어난 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박태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30일 밤 지역의보 노조로부터 견딜 수 없는 폭력과 인간적 모멸을 당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지역의보 노조의 폭력사태를 계기로 공단의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 5일 오후 이사장과 임원은 물론 8백여명의 1,2급 간부직원 전원이 임명권자에게 사표를 제출키로 했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에게 감금당했던 임원 4명과 실장 10명의 진술을 토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성한 "노조 사태 진상기록"에 따르면 노조원들은 공권력 투입을 전후한 30일밤과 1일 새벽 공단 건물 안에서 임원들에게 심하게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인상과 승급연한 철폐를 주장하며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지역의보 노조의 파업이 폭력성을 띄기 시작한 것은 30일 오후 강성 노조원 50여명이 6층 임원실을 점거하면서 부터다.

박 이사장은 "자정이 지난후 공권력 투입 움직임이 보이자 김한상 노조위원장이 "X새끼","싸가지 없는 X"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렸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임원들의 옆구리를 차는 등 구타를 가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그 뒤 결사대가 나를 건물의 화장실 등으로 끌고 다니며 형광등을 깨고 어둠속에서 구타하면서 "너는 이제 죽는다"는 협박과 함께 협상안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탈진상태에서 가장 꼭대기층인 15층 화장실까지 끌려간 뒤에는 "옥상에서 인질극을 벌이겠구나"하는 생각에 생명을 포기하는 지경에 빠지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조동회 공단 감사는 "이사장이 끌려 나간 뒤 노조원들이 각목과 쇠파이프로 위협하며 임원과 실장들을 걷어차고 무릎을 꿇게 한 뒤 군대식으로 "원산폭격"까지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원들이 시너를 가져와 임원과 간부들의 머리위에 무엇인 가를 뿌리고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다"며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지역의보 노조의 전형섭 정책위원은 "공권력 투입에 항의의 뜻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일부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나 임원들이 말한 것 처럼 "원산폭격"과 같은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박 이사장은 자신이 끌려갔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이사장이 강성 조합원들로부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우려돼 이사장을 격리시켜 보호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쇠파이프나 시너를 동원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이사장은 "공단의 기강을 확립하고 업무를 정상화하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사규를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건강보험공단의 노사 마찰이 쉽게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