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지난해 한국에 33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그만큼 경제 사정이 좋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유럽국가가 많은 실업자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예외다.

실업률은 98년 5.25%에서 지난해 4%로 떨어졌다.

올해는 3.5%선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마디로 완전고용 수준이다.

다른 거시경제지표도 좋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5%이며 올해도 3.25%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2.25%.올해 전망도 2.25%수준이다.

이처럼 네덜란드 경제가 순항중인 것은 유럽물류의 중심지라는 특성을 잘 활용하는데다 경쟁력을 갖춘 산업만 집중개발하는 경제 정책과 농업 에너지.환경기술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경제회생을 위한 네덜란드인의 고육지책인 폴더모델 (Polder Model) 이 성공한 것도 중요한 이유다.

폴더란 네덜란드어로 간척지를 뜻한다.

국토의 3분의 1을 간척지에서 확보하면서 나타난 개척.도전.협력정신을 상징한다.

폴더모델은 <>정부재정 개혁 <>사회보장제도 축소 <>노동및 임금정책의 과감한 조정으로 요약 설명할 수 있다.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이 약 2만5천달러에 이르는 네덜란드도 지난80년대초 심각한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빈번한 노사분규와 과도한 임금인상,높은 사회복지 수준 등으로 국가재정은 고갈됐다.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 83년에는 국내총생산 대비 6%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80년부터 83년까지 매년 10만명이상의 실직자가 발생,실업률이 20%선에 육박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이같은 경제상황을 "Dutch Disease" (네덜란드병)라고 비꼴 정도였다.

이렇게 되자 노.사.정 대표는 헤이그 바세나르 (Wassenaar) 에서 모여 바세나르협약을 체결했다 그 골자는 임금및 노동정책에 있어 노.사.정협의체에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경제가 상승국면에 진입할 땐 근로자 임금이 쉽게 올라가도록 하는 대신 경제가 악화될 경우엔 임금 동결 등이 쉽게 이뤄지도록 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있어 노사간 협상에 상당한 재량권을 주었다.

단시간근로자가 정규근로자에 비해 열악한 지위에서 일하지 않도록 법제화했다.

이와함께 1일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2교대 또는 3교대를 권장,고용창출에 나섰다.

이 협약으로 노동계는 임금과 물가를 자동적으로 연동해온 제도를 포기했다.

민간부문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공무원 임금과 사회연금을 삭감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협의회 (Social & Economic Council:SER) 의 역할이 컸다.

SER는 각종 사회.경제 쟁점에 대해 정부와 의회에 자문역을 맡고 있다.

기업합병행위를 감독하며 직장협의회법 기업설립법 등 경영계및 노동계와 관련되는 주요 법률의 집행도 담당한다.

SER는 경영자단체 대표 11명과 노동자단체 대표 11명,국왕에 의해 임명되는 공익위원 11명으로 이뤄진다.

공익위원들은 국가적으로 존경받는 경제학자 법학자 사회학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낸 의견은 노사 양측뿐만 아니라 의회에서도 존중받는다.

노사간 2자 협상은 노동재단 (The Labour Foundation) 에서 주로 진행된다.

이같은 기구의 도움을 받아 노.사.정간 합의가 이뤄지면 다음 협상기간까지 파업 없이 산업활동이 전개된다.

송영식 네덜란드 대사는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임금제도 도입과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노.사.정간 합의,민주적인 의사결정 노력에 기초한 정책의 수립및 집행이 폴더모델을 성공케 했다"며 "한국도 폴더모델을 배울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헤이그=최승욱 기자 swchoi@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