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으로 테헤란로 벤처기업 직원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미 주가 거품설로 주가가 반토막 난 데 이어 17일 사상최대의 낙폭을 기록하며 곤두박질 치자 직원들이 넋을 잃은 표정이다.

스톡옵션으로 한목잡겠다는 기대로 안정된 직장을 걷어치우고 도전했는데 "알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더군다나 "애사심"을 보여주기 위해 지분을 구입한 임원들은 더하다.

먼저 다니던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었는데 이러다간 휴지조각이 될수도 있다는 공황심리까지 팽배해 있다.

푼돈을 주식에 걸었던 일반기업의 직장인들도 일손을 놓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줄담배를 피우며 "본전 타령"에 여념이 없다.

회사에서 "근무시간중 사이버 주식거래 금지령"을 내렸지만 이날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연신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였다.

시황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어서다.

금융증권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벤처기업의 이사인 김경윤(34)씨는 한마디로 "두렵다"고 말한다.

지분을 확보해 사실상 동업자로 벤처기업을 세웠는데 "빛"을 보기는 고사하고 "빚"만 지게 됐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퇴직금도 모자라 친지에게 돈을 빌려 투자했는데 지금상황 대로라면 앞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스톡옵션에 대한 부푼 꿈도 접어야 할 상황이다.

최근에만 주가가 3분의 1로 떨어져 "수십배"는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주가폭락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대세가 기울은 만큼 스톡옵션 행사기간이 돼도 큰 돈 벌기는 글른 상황이다.

연말쯤 스톡옵션을 받기로 한 벤처기업 직원들은 땅을 치고 있다.

스톡옵션을 받아봐야 별 볼일 없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자상거래회사에 입사한 박유현(27)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 대신에 "거금"을 쥐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벤처기업으로 뛰어들었는 데 올 연말을 넘기는 것도 마음놓을 수 없게 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박씨는 자신은 아직 주식을 받지않아 피해의식을 덜 느끼지만 이미 우리사주나 스톡옵션으로 주식을 나누어받은 벤처회사의 직원들은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변하자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옮긴 직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복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증시 상황이야 곧 호전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불안한 생활을 평생 지속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S그룹에서 정보통신 회사로 옮긴 유현모(39)씨는 "주가가 폭락하자 먼저 회사에서 함께 나온 직원들이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해 모였었다"며 "자연스럽게 복귀문제가 거론됐다"고 말했다.

직원들 뿐만이 아니다.

벤처기업 경영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코승닥 등록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작업을 중단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등록해 봐야 제값을 받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밤잠을 안자고 식사를 거르며 이룬 벤처기업이 곧 결실을 이룰 순간 폭격당한 것이다.

왠만큼 알려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배모(41) 사장은 "자금을 댄 캐피탈회사에서 코스닥 등록 작업을 미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코스닥에 등록되면 이미 받은 우리사주 값이 엄청나게 올라 큰 잔치를 벌이기로 했었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사장이야 그렇다 치고라도 직원들이 안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 안상욱 기자 sangwook@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