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재정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의 급여를 삭감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나종태 부장판사)는 13일 동부생명
전.현직 직원 4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1억9천9백여만원의 미지급상여금반환
등 청구소송에서 "직원에게만 고통을 전가한 회사의 상여금 삭감은 무효"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외환위기 때 사실상 일방적으로 급여를 삭감한 회사들이 많아 이번
판결이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회사의
경영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없이 직원들의
동의서명만으로 상여금을 삭감한 것은 무효인만큼 미지급한 상여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회사는 직원들의 동의를 받고 상여금을 삭감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노조가 없었던 사정을 감안할 때 부서별로 동의서를
돌린 것은 약자인 근로자들이 반대표를 던질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동부생명은 지난 98년 1월께 "IMF위기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낸 뒤 2년간 상여금을 전액 삭감했다.

동부생명 직원들은 이에 반발해 98년 8월께 노동조합을 결성,그해 말
법원에 미지급 상여금 반환소송을 냈다.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