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퇴근할 수는 없습니다. 당분간 모든 라인을
세웁시다. 임금은 물론 받지 않겠습니다"

이규성 LG정보통신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4월 회사측에 무급휴가 실시를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구미공장의 주요 생산품인 교환기와 전송장비가 팔리지 않아 감원 위기감
까지 나돌았기 때문.

회사는 5월 1일부터 10일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그간 적립한 연차휴가를 사용해 쉬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사원중 1백80명이 입사한지 1년여에 불과, 연차휴가일수가 부족했다.

이 위원장은 이들에게 최장 2000년말까지 연차휴가를 앞당겨서 쓸수 있도록
요청했다.

회사는 이같은 "연차휴가 가불" 요구를 즉각 받아들였다.

공장이 열흘간 멈추면서 인건비 전기료등 수억원이 절약됐다.

더 큰 수확은 노사간의 신뢰와 믿음을 재차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IMF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간의 노력은 이뿐만 아니었다.

97년 12월 26일 복리후생비 축소와 월차수당 반납, 생산성 향상을 골자로 한
노경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특히 노조는 98년 3월 별도의 임금및 단체교섭없이 임금동결과 함께 상여금
8백%중 1백%를 자진반납했다.

이로써 지난 93년이후 7년간 무교섭 타결이란 대기록을 세울수 있었다.

노조의 애사심은 올들어 더욱 빛났다.

청주공장 노조원들은 지난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를 방문, 유.무선전화기 1만3백84대를 팔았다.

지난 6월에는 6시그마운동에 노조 간부부터 적극 나서기로 결의했다.

노사가 이처럼 땀 흘린 결과 98년에 7백1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회사는 반납분 1백%를 되돌려준데 이어 1백%의 성과급도 지급했다.

단순한 노사협력 수준을 넘어 이처럼 "가치창조적 노경문화"를 조성하기까지
시행착오도 적잖았다.

지난 83년 노조가 설립된이후 87년과 89년 두차례에 걸쳐 노사분규에
시달렸다.

바이어가 떠나는 등 손실이 컸다.

노사 모두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인식이 퍼졌다.

지난 93년 봄 당시 노조 집행부는 혁신적 조합활동을 기치로 위원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한 이 위원장의 의견을 수용, 경영진에게 "알아서" 임금을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회사측도 "백지위임"을 신뢰정착의 기틀을 삼기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임금을
올려주었다.

회사의 직원 배려도 "합격점"이었다.

지난 94년 생산직원 월급제를 도입한데 이어 합작사였던 AT&T사가 지분철수
과정에서 그룹에 넘긴 주식 29만3천2백80주를 주당 9천5백원이란 싼 값에
전 사원에게 나눠주었다.

1인당 1천주까지 보유한 직원이 생기면서 주가 상승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현재 사내 전문고객서비스팀을 통해 사원의 민원업무를 대신 처리해주고
있으며 회사와 계약을 맺은 변호사로부터 법률 문제를 무료로 상담받을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정보통신은 올해 특별이익(LG반도체 지분매각)을 포함, 3천5백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오는 2005년에 지가 사회를 선도하는 인재들의 회사이자 세계 톱 10의 종합
통신기기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 구미=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