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게 할 수 있습니까"

"예!"

"안들립니다. 잘할 수 있습니까"

"예~"

12일 새벽 경기도 김포의 해병청룡부대에서는 체감온도 영하 16도의 강추위
를 녹이는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4박5일간의 99 해병대 겨울 극기훈련 캠프.

얼룩무늬 군복에 빨간 명찰을 부착한 총1백97명의 민간인 훈련생들은 해발
3백97m 문수산 골짜기를 누비며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누워 온몸비틀기, 앉아 뛰며 돌기 등 유격(PT)훈련은 휴식도 없이 외줄타기,
헬기 레펠훈련 등으로 이어졌다.

11m 높이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 바닥을 보며 머리부터 뛰어내리는 게릴라
레펠 훈련때는 대부분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찌할 줄 몰랐지만 한명도 낙오자
는 없었다.

여기에 37명의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5소대는 남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고
체력단련과 일체감 함양을 위한 목봉체조 "과외수업"까지 받았다.

여성훈련생의 대부분은 학생.

중학생들도 14명이나 됐다.

모두들 강인한 정신력 함양을 위해 지원했단다.

구로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1학년 김지연(16)양은 "집에서 너무 편하게만
지내는 것 같아 지원했다"며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할 자신감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나이는 1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푸른제복 아래서는 모두가 "나이는 묻지마".

똑같이 연병장위를 뛰고 구르며 구슬땀을 흘렸다.

굳이 따지자면 "최고령자"는 이봉희(51)씨.

이씨는 H빔과 콘크리트 거푸집 등 철강구조물을 만드는 경기도 포천
보덕기계의 사장이다.

공수부대 출신의 이사장은 "해병 불굴의 정신을 회사운영에 접목하고 싶어
지원했다"며 "해병대 정신으로 일한다면 최근의 경제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신라명과는 11명의 간부사원이 훈련에 참여,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겨울부터 해병대 캠프의 단골이 됐다.

대리에서 이사까지 전 간부사원이 대상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지난 겨울 40명이 이미 다녀갔다.

올해는 21명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은상 생산과장(49)은 "훈련이 힘들어 몸을 안따라가도 정신은 20년이상
젊어진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캠프에는 한국체대, 남인천여중, 명지대 테니스팀 등 단체들의 모습도
보였다.

혹한에도 아랑곳 없이 훈련에 열중하는 훈련생들.이들에겐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강화도 연병장
플랭카드의 글귀가 가슴 깊이 새겨졌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