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철밥통" 신화가 깨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대대적인 인원 감축 태풍이 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연공서열형 인사및 보수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계약직공무원부터 연봉제가 시범실시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중인 김정길 행정자치부
장관.

그는 옛 내무부와 총무처를 합친 행자부의 초대장관으로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김 장관은 취임이후 <>조직축소 <>관서평가제 등 굵직굵직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연 3일간 헬기로 전국의 13개지역을 돌아보는 등 격무로 눈의 실핏줄이
터질 정도다.

김 장관은 국장급이상 간부들과 함께 민간교육기관에서 1박2일간 친절교육
을 받기도 했다.

신창원사건, 정부청사 대전이전준비 등으로 분초를 나눠쓰는 김 장관을
만났다.

-----------------------------------------------------------------------

[ 만난사람 = 김형철 < 사회1부장 > ]


-신창원사건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민에게 죄송할 뿐입니다.

여러차례 제보가 있었고 다 잡은 걸 놓치고...

경찰총수를 불러 조속히 검거하도록 지시하고 관련서장을 문책했습니다.

꾸준한 정신교육과 신체단련을 통해 개선해 갈 수밖에 없어요.

경찰을 뽑을때 시험점수에 의존하지 말고 체력이나 무술 등을 중시할 계획
입니다"

-정부는 지방경찰제도입을 추진중인데 그렇게 되면 공조수사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그같은 점을 감안해 현재 경찰청 차장을 단장으로 한 제도개선기획단에서
지방경찰 도입에 따른 장.단점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방경찰은 우선 교통 방범 단순폭력사건을 맡게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통해 연말까지 우리 실정에 맞는 시행방안을 확정
짓고 내년중 시범실시할 방침입니다"

-파출소 통.폐합등 경찰의 구조조정도 진행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IMF 한파로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마당에 자칫 치안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요.

"경찰에 대한 인력감축계획은 없습니다.

단지 본청및 지방경찰청등의 잉여내근 4천여명을 현장에 배치할 뿐입니다.

오히려 치안에 도움이 되지요.

범죄 발생가능성이 큰 지역은 차량을 이용한 이동파출소를 운영할 생각
입니다"

-과거 정부나 새정부에서나 경찰의 함정단속, 과잉단속, 비리업소와의
유착관계 등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함정수사를 못하도록 지시했는데도 아직도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워요.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감독하고 독려할 것입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해당자는 물론 기관장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이 공직과 관련해 뇌물등을 받아 파면 또는
해임되면 일정기간 민간기업에도 취업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겠습니다"

-정부기관의 대전청사 이전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 것
같습니다만.

"물론 문제점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구의 수도권집중 방지와 지방의 균형발전 등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아요.

처음에는 민원인들이 불편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서울에도 민원실을 두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번 정부청사의 대전이전은 모든게 서울로 집중되는 것을 막고 지역간
격차완화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전으로 발령난 공무원들에게도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할 계획입니다.

그들에게는 이미 아파트를 특별분양했고요.

떨어져 살게된 부부공무원들의 경우에는 배우자도 대전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에 협조를 구해 놓고 있어요.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을 위해서도 통근열차를 운행하고 고속버스도
대전청사를 경유하도록 관계기관과 업무협이를 마쳤습니다"

-최근 단행된 행자부 2국 5개과 축소는 다른 부처에도 큰 충격을 준것
같은데요.

"다른 부처에 비해 감량이 적었다는 지적이 있었던데다 확인해 보니
군더더기가 있었습니다.

중앙부처의 조직과 인사, 지방자치단체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공직사회
개혁에 앞장서지 않으면 금융기관직원이나 사기업체, 노동자 등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있는 사람 잘라내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결코 표 얻을 일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제가)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올해초 정원감축으로 무보직상태가 1년이상(1급이상은 6개월) 지나면
해임된다는 규정은 민간기업에 비해 온정적인 조치 아닙니까.

이 과정에서 하위직의 희생이 더 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오는 2000년까지 중앙부처및 현업기관 인력
16만명의 11%(1만7천명)가 감축됩니다.

5급이하의 비율이 정원의 11%인데 반해 정무직 13%, 실장급 10%, 국장급
9% 등으로 하위직과 비슷합니다.

공무원의 신분이 보장되어 있고 사회적응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기간을
부여한다는 면에서 1년의 유예기간을 둔 거예요.

이 기간이 끝나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권면직시킬 것입니다.

실적에 따라 승진과 보수상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점수인사고과제"도
이달부터 시범실시중입니다.

"연봉제"도 민간경제연구소의 용역연구결과가 나오는대로 시안을 마련해
내년에 비교적 성과측정이 쉬운 계약직공무원부터 시범실시할 계획입니다"

-올들어 아파트 등 부동산가격은 폭락했는데도 재산세는 지난해와 같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원성이 자자합니다.

"물론 싯가변동에 따라 세금을 낮춰야한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향후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과표현실화율을 높여야
하는만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한국감정원 주택공사등이 산정한 올해 신축건물 가액평균은 평방m당
48만5천원인데 반해 재산세 싯가표준액은 16만원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경제현실을 감안해 재산세 부과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조정하라고 시.도에 권장했습니다.

이 결과 공시지가 대비 과표현실화율이 올해 평균 30.0%로 지난해(30.5%)
보다도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중동 등 일부 신도시주민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사실입니다.

그러나 집단적인 항의표시까지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에 부과되는 종합토지세도 지난해보다 인상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고요.

일부 시.군이 과표수준을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 이달중 이를 시정하거나
보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방재정사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평균 재정자립도는 63.4%에 불과하고 지방세 수입으로 자체 인건비도
못주는 지자체가 1백46개에 달한다면서요.

재정확충방안이 있나요.

"고민이 많습니다.

현재 지방예산의 28%인 16조7백89억원이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양여금,
보조금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최악의 불황으로 지방세수가 급감해 자체 재원 확대와 국가재원의 지방이양
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이미 담배소비세는 지방세로 전환했고 지역개발세를 신설했어요.

비과세 감면대상도 줄였어요.

앞으로 지자체별로 특성있는 새로운 세원 발굴, 국세와 지방세의 세목
재배분등에 주력하겠습니다.

-지역이기주의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간 갈등이나 분쟁에 일일이 개입하면 자치정신에
위배되고 지자체의 문제해결능력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간의 협의로 해결되지 못하거나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분쟁조정위원회에 의결기능을 새로 부여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도로 쓰레기 등 광역문제를 관련 지자체들이 협의 처리하도록 가칭 "광역
행정수행기본법" 제정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년을 몇년 앞둔 모 중앙부처 국장이 산하기관장으로 임명되면서
명예퇴직금까지 챙겼습니다.

월급과 판공비가 나오는 새직장에서 연금까지 받는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닙니까.

"정부산하단체에서 일하면서 월급과 연금을 동시에 받는 것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지난 95년말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오는 2000년부터 정부의 투자지분이
50% 미만이거나 재정을 일부 지원하는 기관에 근무할 경우에도 연금을 주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앞서 연금을 전액 받는 공무원출신 임원에게는 자진반납하도록 적극
권장할 계획입니다"

-행자부 관련 금융기관으로 새마을금고가 있습니다.

예금자 보호는 잘되어 있나요.

대형화 계획은 없습니까.

"새마을금고는 지난 83년부터 안전기금제도를 도입해 현재 7천4백억원을
조성했습니다.

새마을금고법령에 따라 이 기금으로 2000년까지 예.적금에 대한 원리금
전액을 지급하고 2000년이후에도 3천만원까지는 보장됩니다.

일반금융기관의 2천만원보다도 1천만원 높은 셈이지요.

그러나 금고당 자산규모가 1백20억원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경영평가결과에 따라 일정기준에 미달되는 새마을금고에 대해
합병권고 등을 통해 대형화 건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겁니다"

< 정리=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