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의 발표자료는 믿을만한가.

7.21재보선 투표출구조사와 실제개표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자 각계에서
이런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갤럽 미디어리서치 월드리서치 등 주요 회사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난 예측치를 내놓은 탓이다.

특히 수원 팔달의 경우에는 3개 기관 모두 당선자를 잘못 예측했다.

여론조사기관이 망신을 당한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4.2보선에서 여론조사기관들은 대부분 문경 예천 선거 당선자를
자민련 신국환 후보로 예측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한나라당 신영국후보가 당선됐다.

대구 달성의 경우에도 국민회의 엄삼탁후보와 한나라당 박근혜후보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치를 내놨다.

결과는 박후보의 압승.

많은 사람들은 그러나 첨단조사기법과 막대한 자금및 인원을 투입한 이들
조사가 이처럼 크게 빗나간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있다.

여론조사 관계자들은 우선 오차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으로 한결같이
"저조한 투표율"을 꼽히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R&R의 김학량 박사는 "여론조사는 응답자가 1백% 투표한다는
가정하에 하는 것"이라며 "투표율이 낮을수록 예측이 빗나갈 확률이 높아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15대 대선을 오차범위이내에서 맞춘 것도 투표율이
80%에 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강원 강릉을에 대한 예측치가
가장 정확한 것도 이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조사를 담당한 미디어리서치 관계자는 "투표율이 이렇게 낮을줄은 몰랐다"고
실토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솔직한 답변을 하지 않는 점을
들고있다.

투표의 성향이 지역감정이나 지연 학연 등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드러내놓고
누구를 지지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또 야당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지 않는다.

야당후보들이 조사결과보다 선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있다.

보궐선거의 투표양태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총선이나 대선의 경우 공휴일로 지정되기 때문에 20~30대의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등의 예측이 가능하다.

여론조사 관계자들은 그러나 "보궐선거에서는 어떤 계층이 주로 투표에
참여할지, 어느 지역사람들의 투표율이 높을지 등에 대해 전혀 알수 없다"고
호소하고있다.

오전에만 여론조사가 집중되는 것도 예측치의 오차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번 투표자조사에 참가한 기관들은 오후 6시 방송시간을 맞추기위해
늦어도 오후2시까지는 여론조사를 마치고 분석작업에 들어가야했다.

그러다보니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특정계층에 집중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관계자들은 또 여론조사에 대한 제도적인 제약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행 통합선거법에 따르면 투표소에서 5백m 이내에서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은 출구조사를 포기하고 전화여론
조사로 결과를 예측하고있다.

어쨌든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새로운 조사기법과 대응책을
마련해야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미디어리서치 관계자는 "내부 사정이야 어떻든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 심정"이라고 이번 조사 결과를 자평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