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에 개혁의 바람이 거세다.

조직축소를 시작했고 경영부실의 책임을 물어 자회사 사장을 해임시키기도
했다.

"좋은게 좋다"는 식의 관행은 발붙이기 힘들게 됐다.

개혁의 견인차는 장영식 사장이다.

첫 공채사장에 걸맞게 혁신을 단행중이다.

장사장은 에너지 전문가다.

이 점은 그가 공채사장에 뽑힌 배경이기도 하다.

게다가 상당기간을 한전과 관련된 연구로 보냈다.

75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에너지.전기경제 팀장을 맡으면서 한전과 인연을
맺었다.

KDI시절 "전기요금 개편" "피크요금 효과분석" 등의 책을 냈고 그후에도
전력산업과 관련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그래서 장사장은 "경영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전문성으로 맞선다.

"23년간 직.간접으로 이미 한전 경영을 자문해왔다"는 이야기다.

"새정부 경제정책에 부응하는 전력정책을 펼 적임자"라는 자신감도
전문성에서 출발한다.

장사장을 만나 한전 개혁방향과 에너지 정책구상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대담 = 최필규 산업1부장 ph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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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그는 오는 10월 만66세가 된다)보다 젊어 보이십니다.

(그가 사장으로 내정되자 나이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미국에 살면서 여름엔 골프를 쳤고 겨울엔 스키를 탔어요.

건강비결이라면 이 두가지를 꼽습니다.

한전 사장이 되고 보니까 시간도 그렇고 해서 종목을 바꾸려고 해요.

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과 이선 산업연구원(KIET)원장이 같이
등산다닌다고 해서 나도 좀 끼워달라고 했어요.

-조직개편을 단행중이신데요.

<>공기업은 공익과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정부 정책 테두리내에서 움직여야겠지요.

현재 경제정책은 외채를 줄여 IMF체제를 빨리 졸업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구조조정으로 조직을 슬림화할 필요가 생긴 거지요.

그렇다고 무작정 자르면 안됩니다.

실업을 줄이는 게 정부정책인 만큼 공기업들에 고용창출이란 의무도
생겼거든요.

-조직슬림화와 고용창출은 서로 배치되지 않습니까.

<>반드시 그렇진 않아요.

고위직은 과감히 줄이되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면 가능해요.

집행간부를 21% 감축했지만 고압선 전봇대에 오르는 현장 직원들은 해고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업무보고를 받아보니까 일당 2만원인 전력 검침원을 없애는 걸로 돼있어요.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인다는 구상이었던 모양인데,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습니다.

자동화설비를 갖추고 운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인건비보다 많다면 당연히
취소해야지요.

조직개편은 생계용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종합조정실 정보통신본부 해외사업단은 폐지했잖습니까.

<>덮어 놓고 줄인 건 아니예요.

전기 안정공급이라는 한전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단행한 겁니다.

직제가 없어졌더라도 필요한 사업은 다른 조직에 편입시키면 돼요.

다만 정보통신은 민영화나 매각이 필요하다고 봐요.

구체적인 내용은 작업이 끝나야 알겠지만 지금보다 커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설비가 필요하면 빌려 쓰면 돼요.

전기쟁이가 뭐하러 통신까지 관여합니까.

-한전이 갖고 있는 정보통신업체 지분을 매각한다는 얘기입니까.

(한전은 현재 신세기통신 3.3%, 두루넷 9.9%, 하나로통신 7%, 온세통신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시세가 좋다면 팔아야지요.

하지만 지금은 제값받기가 힘드니까 당분간 보유해야 할 걸로 생각합니다.

매각한다면 그 기준은 추가투자 필요여부가 될 겁니다.

그동안 적자였는데 몇년 후에나 흑자가 난다면 손을 뗄 작정입니다.

본전 생각에 자꾸 투자하는건 옳지 않아요.

-해외발전사업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나라는 단기외채 때문에 이꼴이 됐어요.

IMF체제를 벗어날 때까지는 외화쓰는 걸 최소화시켜야 해요.

몇년후 이익이 생긴다고 해외발전사업을 벌일 수는 없습니다.

외환(보유고)에서 돈나가는 사업은 중지시켰어요.

짧은 기간에 자금회수가 이뤄지는 사업이라면 발주자나 컨소시엄 업체에서
선금받아 공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자회사에도 개혁바람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전은 지난 26일 한국원전연료 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한전 사장이 바뀌니까 자회사 사장들이 사표를 내더군요.

업무보고를 받아보니까 경영부실의 책임을 져야할 무능한 사람이 있었어요.

일벌백계 심정으로 해임조치를 내렸습니다.

나머지 경영자들은 대과는 없지만 그래도 훌륭한 외부 인사가 있다면
일부는 교체할 생각입니다.

-이곳 저곳에서 한전 민영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한전 민영화는 포철과 다릅니다.

주식 싯가총액으로 치면 한전은 포철의 4배가량 돼요.

게다가 한전은 국가 동맥시설입니다.

민영화하려면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그래서 조직개편이 필요한 거고요.

우선은 발전 송.배전 판매등 3개 사업부문으로 나눠 사업부체제로 전환시킨
뒤 장기적으로 가능한 부문부터 민영화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지금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부작용이 너무 큽니다.

-3개 부문으로 분리하면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내부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요.

판매가 발전을 견제하게 되는 겁니다.

발전단가가 높으면 판매가 어렵게 됩니다.

그러면 판매쪽은 발전쪽에 대해 단가를 낮추라고 요구할 것이고 그러면
비용 절감노력이 나타날 겁니다.

사업부문 분리는 결국 경영효율과 연결됩니다.

-발전설비 매각설도 나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자력은 운영상의 문제가 있고 수력은 목적이 수자원관리여서 매각이
불가능해요.

결국 석탄이나 기름, LNG를 때는 화력발전소를 팔아야 하는데...

5~10%정도는 실험적으로 팔 수 있다고 봐요.

발전소를 사들인 외국회사와 전기 매입단가 협상이 잘 안되더라도 전기
안정공급이 가능한 선에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임후 가장 강조한 것이 재무구조 개선입니다.

(한전 부채규모는 30조원 가량으로 이중 외채만 1백억달러가 넘는다)

<>참 어려운 문제예요.

올 예산이 23조원인데 요금수입은 기껏해야 15조원입니다.

당초엔 차입금 11조원을 예상해 예산을 짰더군요.

그걸 7조원으로 낮췄고 더 줄여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신규사업은 거의 중단되는 것 아닙니까.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사업은 진행합니다.

정부가 송.배전사업용으로 6천억원을 지원해준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앞으로 투자 우선순위는 철저히 고용창출효과에 따를 작정입니다.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도 벌이기로 했습니다.

사업은 가능한한 국내에서 발주할 생각입니다.

비용이 조금 비싸더라도 달러를 안쓰는 효과는 있거든요.

중소기업 숨통을 터주는 사업이라면 조기에 착공할 겁니다.


-전력요금 체계도 바꾼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산업용은 잘돼 있어요.

지난 77년 내가 직접 구상한 것입니다.

문제는 가정용입니다.

월간사용량이 5백kwh이상이면 kW당 4백10원을 물리고 그 이하면 40원을
받습니다.

많이 쓴다고 요금을 더 물리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원칙에 어긋납니다.

벌금성 요금구조는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남북한 전력분야 협력도 구상하고 계신다지요.

<>경제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여름 피크때엔 저녁부터 아침까지 잉여전력이 많아요.

최대 수요에 대비해 발전하기 때문이지요.

남는 전기를 북한에 보내도 부담이 안됩니다.

북한 전력망이 붕괴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하지만 전혀 문제될 게
없어요.

간단한 장치만 하면 됩니다.

남북한 송.배전선 사이 10~12km를 직류로 연결하는 겁니다.

북한에서 식량난이 해결된다면 바로 전력난이 부각될 거예요.

당국 승인만 있으면 2~3개월내에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로서 한국경제를 진단해 주시지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부터 이론과 방법을 어떻게 한국경제에 접목시킬까를
고민했어요.

뉴욕주립대 강의때도 이론을 설명할 때 한국을 예로 든 적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건 단기외채 해소입니다.

초.중학생 해외유학 중단이나 은모으기 캠페인등 외채 줄이기 운동을 더
벌여야 합니다.

물론 IMF사태는 전화위복의 계기일 수 있어요.

한국경제를 멍들게 만든 고임금은 많이 바뀌고 있잖아요.

저비용 고효율 사고방식도 번지고 있고...

우리에겐 우수 고급인력이 많습니다.

환율과 금리만 정상화되면 연 7% 성장도 가능합니다.

그러면 2003년 원화구매력으로 환산한 국민소득도 2만달러 가량이 될
겁니다.

< 정리 = 박기호 기자 khpark@ >

[[ 주요 약력 ]]

<>광주광역시 출생(32년생)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뉴욕 주립대 경제학박사(계량경제학)
<>국무총리실 경제비서관
<>KDI 연구위원(에너지.전기팀장)
<>IBRD(세계은행) 자문위원(한전 파견근무)
<>뉴욕 주정부 에너지 자문위원
<>김대중 총재 경제고문(92년)
<>뉴욕주립대 종신교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