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장림공단내에 위치한 한국미부.

종업원 50여명의 자그마한 이 회사는 IMF 한파속에서도 세계시장 공략
꿈에 부풀어있다.

세계시장을 휩쓸 수 있는 선박용 특수단열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

이미 대우중공업 등이 올해 30억원어치를 구입키로 해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회사가 새해 개발해낸 것은 "A60".

화재 발생시 열을 막아 인명과 화물 피해를 방지하는 특수단열재다.

철판밑에서 9백50도의 열을 가했을때도 표면온도가 1백35도 이하를 유지,
국제해사기구에 규정된 기준을 통과했다.

이로써 그동안 선박 철판위에 불연성본드 철판매트리스 등 9가지 공정을
거치던 복잡한 단열작업을 단 한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종전 10명의 근로자들이 12일은 걸려야 할수 있었던 일을 단 4시간만에
끝낼수 있게 됐다.

그만큼 비용도 절반이하로 줄어든다.

이같은 성과는 거저 얻어진게 아니다.

지영반 사장과 김광진 차장 등 기술개발팀이 한마음이 돼 열정을 쏟은
결과다.

수많은 난관과 좌절을 이겨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것이어서 기본자료와 사례들을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95년초 연구에 착수한뒤 기초자료를 챙기는데만 2년이 걸렸다.

미국 우주항공국, 일본 케미칼 회사 등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어렵게 만들어낸 시험제품에 금이 생겨 큰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수없는 시행착오끝에 얻은 "성공"이라서 임직원의 기쁨은 컸다.

개발팀을 이끈 김차장은 "이 제품만 개발한다면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노사간의 믿음과 협력이 제품개발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미부는 지난 96년에도 세계 최초로 선박용 및 상수도관 부식방지
특수시멘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신제품 개발로 지난 96년 50억원, 지난해에 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올해 1백10억원의 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노사화합의 바탕위에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어떠한 역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사장은 "올해 연구팀과 연구비를 늘려 바닷물에 잘 견디는 방수용
시멘트도 개발,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부산 = 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