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급여수준을 70%에서 40%로 낮춘 것은 지나치지 않는가"

"처음부터 40~50%로 결정했으면 누가 연금에 가입하겠나"

국민연금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직후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말이다.

지난 88년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할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개악될 지 모르고 정부만 믿고 돈을 맡긴 국민들만 "봉"
이라는 뜻인가.

사실 국민연금제도 도입초기를 보면 정부가 얼마나 근시안적이며 즉흥적
이었는지를 알수 있다.

"연금급여수준 70%, 보험료율 3%, 수급연령 60세"인 조건이 단적인 예다.

보험료율 17.35%, 수급연령 65세, 급여수준 69%인 일본과 비교할 때 원초적
인 부실요인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공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온갖 선심성 행정에 물쓰듯
연금을 써왔다.

결국 정부는 재정이 바닥났다고 흘리면서 연금제도 개편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환상"속에 시작한 연금제도는 시행 10년이 못돼 대수술을 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이 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무엇보다도 연금제도 자체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점이다.

재정안정에 목표를 맞추다보니 노후생활보장은 뒤로 밀린 탓이다.

40년간 연금을 내도 받을 수 있는 돈이 국제노동기구의 최저권고 수준도
되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다.

IMF 한파속에 가뜩이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봉급생활자들은
연금제도변경으로 또 한차례 도둑맞은 심정이다.

조령모개식 정책은 국민의 불신만 키운다는 점을 정책입안자들은 알고나
있을까.

김준현 < 사회1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