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으로 부터 2억원을 받아 사법 사상 최초로
사전수뢰죄로 기소된 문정수 부산시장(58)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손지열 부장판사)는 29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문시장이 돈을 사실은 인정되나 금품수수 과정에서 구체적인
청탁과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내년 6월 지자체장 선거등 공직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이 받는
정치자금의 처벌여부를 놓고 법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시장이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은 점과 당시
부산지역에 한보관련 현안이 있었던 점은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이 돈은
한보측이 향후 유대관계를 위한 정치자금 또는 부산시장 취임후 편의를
봐달라는 막연한 부탁의 대가로 전달한 청탁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문시장에게 적용한 사전수뢰죄는 일반수뢰죄와는
달리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 외에 구체적인 청탁을 받고 승낙한
점이 인정돼야만 성립된다"며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식의 추상적인
청탁만으로는 사전수뢰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문시장에 대한 무죄선고와 관련, "사전수뢰죄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공소장 변경없이 금명간
항소키로 했다.

문시장은 부산광역시장 후보로 나온 지난 95년 6월 중순 정총회장의
지시를 받은 김종국 전한보그룹 재정본부장 등으로부터 시장으로 당선되면
한보철강 부산제강소 집단민원 등 현안문제를 잘 처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자택에서 현금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은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돼 징역 6년 및 추징금 2억원이 구형됐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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