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활동하다 새롭고 훌륭한 곡을 발견하면 한국팬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집니다.

이번에 들려드릴 작품은 지난해 봄 우연히 알게된 곡으로 연주할 때마다
작곡가가 표현하려 한 세계가 얼마나 크고 위대한가 감탄하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51)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편곡한 리스트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연탄곡"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백씨는 함께 내한한 터키 출신의 피아니스트 후세인 세르미트(42)씨와
28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의 피아노인생 40년을
기념하는 연주회를 갖는다.

리스트가 1851년 편곡한 "2대의..."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거의
연주되지 않는 희귀한 레퍼토리.

중간 휴식없이 연주시간만 70여분 걸리는 대작이다.

""합창" 교향곡은 단순히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 우주를
노래한 위대한 작품입니다.

리스트 편곡은 오케스트라곡을 왜소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피아노의
표현영역을 확장시켜 원곡의 웅장함과 극적 감동을 그대로 살려냅니다"

리스트가 편곡한 베토벤교향곡 1~9번을 모두 다룬 백씨는 평소 "합창"은
좀더 웅장했으면 싶었던 까닭에 악보를 본 뒤 꼭 연주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이곡을 두차례 연주, 관객전원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등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호흡을 맞출 세르미트씨에 대해서는 "남성적이고 힘있는 피아니스트로
원곡의 웅장함을 잘 살릴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BMG사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 녹음 (98년 2월 발매
예정)을 마친 백씨는 "연주자는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음악에서 끊임없이 생명력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