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생이 양산되고 있다.

고교 및 대학 입학시험에서 내신성적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신이 불
리하거나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생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입 검정고시 응시자는 모두 1만6천3백71명으
로 지난해 1만4천9백43명보다 1천4백명 가량 늘어 90년이후 가장 많은 숫자
를 기록했다.

고졸 검정고시는 올해 총 3만5천9백56명이 응시해 지난해보다 4천명 가량
증가했다.

이는 지난 90년 4만여명에서 91년 3만7천명, 93년 3만3천명, 95년 3만2천명
등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오다 첫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앞으로 이같은 추세는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의 비교내신제 폐지와
고입선발고사 폐지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외국어고는 전국에 14개교가 있으며 정원은 1만4천6백여명이고 과학고
는 15개교 4천4백여명이다.

이들 학교는 그동안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려들어 학교간 학력차이를 인
정받아 내신산정에서 다른 일반고교와 다르게 비교내신제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타학교와 똑같이 내신적용을 받게돼 우수한 성적을 받고도
내신등급이 낮아 대학입시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에따라 전국 외국어고및 과학고 2학년생들이 내달 10일과 6일 일괄 자퇴
서를 제출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성적으로 내신평가를 받을 움직임을 보
이고 있다.

검정고시 전문학원인 고려학원의 최영민 상담원은 "외국어고와 과학고 출신
학생들의 경우 워낙 실력이 뛰어나 등록만 하고 학원에서 공부하지는 않지만
검정고시 문제지를 구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전화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
다.

또 내년부터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등에서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하고 내신성
적으로만 신입생을 뽑기로 한 것도 검정고시생 양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내신선발은 인문계고교에 진학하려는 경우 일률적으로 전교 총석차 60%안에
들어야만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에따라 그동안 3학년 정원의 80~90%가량이 인문계 고교를 진학하던 강남
서초 잠실 목동 등지의 중학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성적이 전교 60~80%에 속하는 학생들은 인문계고교 진학을 위해 아예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달 20일 처음으로 실시되는 검정고시생 내신평가시험에 상당수의 중3
자퇴생들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