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일꾼으로서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지난 28일 기상청장에 새로 취임한 문승의(52) 박사는 역대 청장중
최초의 기상예보 전공자.

25년간 부산대 교수를 지낸 기상학계의 권위자다.

외부인으로서의 참신함을 최대한 살려 기상청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태세다.

기관장으로서 군림하기보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정확한
예보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

"우선 국장 과장들에게 각종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묻겠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예보실명제"죠" 예보실명제란 일기예보를 할 때
예보관의 이름을 직접 밝히는 제도다.

예보스코어가 나쁜 팀을 벌주자는 게 아니라 우수한 팀을 상주자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인사권 등 다른 권한도 적극 이양해갈 생각이다.

문청장은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틀리는 이유를 두가지로 분석한다.

하나는 장비가 노후화된 재래식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인력의
부족이다.

"장비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하루빨리 수퍼컴퓨터가 도입돼야 합니다.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자료를 분석해야 "틀림없는 예보"가 가능해지는
거죠"

인력부족 문제도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평상시는 4교대로 비상시엔 3교대로 운영되는 근무 스케줄
하에서는 개개인이 능력을 1백% 발휘할 수 없습니다.

1개 팀 7명 정도가 보충돼 5교대제로 바꿔줘야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예보작업에 임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최대한 관계기관과 협조해 인원 및 예산지원을 받아내겠다는
생각이다.

최근의 기상이변 지진문제 등으로 기상예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만큼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지진 예보를 위해서도 내년중 예산을 확보해 장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