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로 공인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국보1백26호)의 제작시기가 기존의 7백50년에서 7백6년으로 소급되며
글자체도 당시 중국것과 다른 신라전통의 필체라는 사실이 전문학자에
의해 확인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 목판인쇄물이 중국에서 제작돼 신라에 수입된
것이라는 중국학자들의 주장에 맞서 우리나라에서 제작됐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청주대 김성수 교수 (문헌정보학과)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 등 첨단 기법을 동원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글자체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또 이 경전의 마지막 부분에 찍힌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라는 아홉
글자는 706년 제작된 경주 구황동 삼층석탑 (일명 황복사탑)의 사리함
명문 글자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자에서 삼수변의 가운데점을 내려 그은 것과 광자의 마지막 획을
위로 굴려 내린 점등은 개인의 습관에 따른 것으로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필체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두 유물의 글자가 동일인 것임을 시사하는 만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제작년대는 종래의 750년경에서 706년 이전으로
소급된다고 김교수는 주장했다.

김교수는 또 "당시 중국은 이미 안진경, 왕희지 등을 거친 시기인
만큼 글자체가 매우 정교하고 정연했으며 격식과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자유분방하고 질서가 없다"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