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난사람 = 조성근 국제1부 기자 ]

국가별 세계경쟁력 순위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IMD)의 피터 로랑지 총장은 28일 신라호텔에서 "세계경쟁력보고서와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한국기업금융연수원과 IMD한국동문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이번 강연회를 성황리에 끝낸 로랑지총장을 만났다.

그는 세계경쟁력보고서에서 국가별 순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부항목별 점수를 파악, 강점을 키워나가고 약점을 보완하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적 차이등을 고려하지못해 순위의 보편타당성에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IMD 세계경쟁력보고서를 보면 불과 1~2년만에 순위가 크게 뒤바뀌는등
순위의 불안정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예컨데 일본의 경우 93년까지 1~2위를 다퉜지만 97년에는 11위로 곤두박질
쳤다.

그렇다고 일본을 만만한 상대라고 여길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일본의 국가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이유로는 정치불안정 심화, 소비구조의
격변, 지나친 보호장벽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순위를 볼 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실제 일본과 다른 나라간 점수차는 아주 미미하지만 순위를 매기다 보니
굉장히 큰 격차가 있는 것처럼 돼버렸다.

이것은 방법론상의 결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과학에서 방법론상 문제점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의미와 배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각측정분야별 점수를 눈여겨 보고 자기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이 보고서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 못하느냐는 개별 나라의 몫이다"

-IMD가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 경영여건 근로의욕등 비계량적인 요소를
너무 많이 고려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경우 국가경쟁력의 보편타당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비계량적인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IMD는 국가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해 계량적 통계치와 함께 경영여건
정부규제등 비계량적 요소에 관한 설문조사도 벌인다.

하지만 설문조사 대상자를 고정시키는 등 보편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관이 몇개나 되는가.

이런 기관중 IMD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IMD를 포함해 세계경제포럼(WEF)이코노미스트지등 3곳이 있다.

WEF는 국가경쟁력을 매긴지 2년밖에 안됐다.

또 이코노미스트는 경력이 1년에 불과하다.

IMD는 12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

경륜으로 보나 노하우로 보나 단연 1위다"

-국가경쟁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경제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환경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는 것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세계시장에서 특정국가의 상품이 질적으로 선호될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은 경쟁력 순위가 밀리고 있다고 야단법석이다.

물론 한국은 자동차 전자제품 조선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IMD는 분야별 경쟁력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개방수준등 개량화할
수 없는 분야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97년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해달라

"소위 말하는 복지국가들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독일이 될 수 있겠다.

반면 자유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해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들이 좋은
점수를 얻었다.

미국 싱가포르 홍콩 핀란드 노르웨이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한국의 경우 객관적인 평가점수는 높은 반면 주관적인 설문조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데 "각나라의 문화적인 차이가 개입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자기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소홀하다는
평가다.

또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다.

이런 문화적 배경이 평가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됐을 수도 있다.

연구원들에게 문화적 배경을 감안하도록 주지시키고 있다"

-한국 일본 등 보호주의경향이 심한 나라들에 지나치게 낮은 점수를 준
듯한 인상이다 "사실이다.

글로벌경제에서 개방수준이 중요한 요소다.

개방수준이 낮으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한다.

반면 정부는 단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경쟁력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요점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업과 대화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뭐라고 꼭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은 더욱 자유화되고 개방되야 한다고 본다.

3~4년전보다는 많이 개방됐지만 아직 그 수준은 낮다.

특히 사회간접자본등 분야에도 외국회사들을 참여시키는등 실절적인
개방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경쟁력보고서가 한국에서만 민감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나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보고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대만의 경우, 처음에는 보고서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결과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의 경우 지나치게 순위에만 집착하는 것이 문제다.

보고서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읽어야 한다"

-IMD보고서의 강점과 약점을 이야기해 달라

"세계경쟁력보고서의 가장 큰 장점은 토론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각 세부항목별 점수를 보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김질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구조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 강점은 지켜나가고 약점은 보강해야한다.

보고서를 볼때 5년단위로 평가하면 신빙성이 높아진다.

가장 큰 약점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순위에만 집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결별하게 된 배경은

"알다시피 IMD는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WEF와 공동으로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하지만 96년부터 서로 별도의 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는 두기관간 추구하는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WEF는 정치적인 경쟁력을 중시하고 있다.

IMD는 기업경쟁력을 평가한다.

추구하는 바가 다른 만큼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 경쟁력 보고서의 8개 측정분야는 "자산 공정 투자매력도 적극성
범세계성 인접성 위험선호도 사회안정등 8개 분야다.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부를 증대시킬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세계 46개 평가대상국에 대해 주요 통계지표와 설문조사결과를 기초로
점수를 매겨 국가경쟁력을 비교한다.

평가항목은 총 8개부문 224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통계지표가 1백52개이고 설문항목이 72개다.

통계지표는 IMD가 직접조사하거나 세계 각지의 27개 자매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한국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자매기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통계자료 제공 설문조사대상자 추가선정등에 관여한다.

설문조사 대상자는 세계 각국에서 2천명정도의 기업인 중간관리자
연구원들로 구성된다.

한나라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견해를 동시에 점수화 한다.

일반적으로 내국인 비율이 높다.

한국의 경우 설문조사 대상자는 70명 정도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은 밝힐 수 없다.

설문대상자는 바꾸지 않는다.

평가자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 주관적인 요소를 배제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

물론 이름도 비밀이다.

나라에 따라서 이 사람들이 압력이나 탄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사된 각 항목에 대해 점수를 부여한후 8개 부문별
점수및 종합점수를 최종 산정한다"

<조성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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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노르웨이 출신
- 노르웨이 경영대학 졸업
- 예일대학 경영학 석사
- 하버드대학 경영학 박사
- MIT 와튼스쿨등 교수 역임
- 현 국제경영개발원(IMD)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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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