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른 부도와 한보사태 파문으로 부도를 냈던 유망중소기업이
임직원의 노력으로 회생, 화제가 되고 있다.

전기압력밥솥과 전기요 메이커로 유명한 한미메리노(대표 박지헌.57)는
91년 품질관리대상, 93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할 정도로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는 중소기업.

그러나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거래대금으로받은 40억원의
어음이 부도난데다 한보사태까지 겹쳐 어음할인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지난달초 1백95억원의 부도를 냈다.

박사장은 17년을 일궈온 회사가 부도가 나자 하늘이 내려앉는 듯했다.

특히 25억원을 투입해 2년간의 연구결과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한
전기압력밥솥 생산이 본궤도에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던만큼 허탈감은 더욱
심했다.

이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임직원들이 부도 이후 1주일간을 제외하고는 조업을 계속하면서 각계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채권단 대표와 교섭에 나서 회사를 구해낸 것.

이들은 "한미의 부채비율이 1백%미만으로 양호한데다 미국에 연간
1천만달러 전기압력밥솥 수출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다"며 채권단을 설득.

8개월 부채동결이란 극적인 합의를 엮어냈다.

이같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에는 창업이후 전셋집을 전전하며
기숙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지내온 박사장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것이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최대 수요처중의 하나인 대우전자는 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압력밥솥에
대해 현금 구매의 특별조건으로 계속 주문을 주기로 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한미메리노는 부도후 20여일만인 지난달 25일부터
생산라인을 재가동하기 시작했으며 부도처리된 견질당좌수표 회수에 나서는
등 회생 수순을 밟고있다.

박사장은 "지난해 3백1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4백억원의
매출을 달성, 연내로 흑자체제로 전환하고 내년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연차적으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구 = 신경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