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의 주택건설 공사장에서 목공으로 일하던 임재일씨(29)가 27일
오전 프랑크푸르트발 KE 906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순했다.

중동지역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가 귀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임씨는 "건설현장에서 하루 12시간이나 중노동을 하면서 월급을 전혀
못받는 인간이하의 생활을 해왔다"면서 "한국의 경제발전과 자유스러운
생활상을 전해듣고 귀순을 결심하게 됐다"고 귀순동기를 밝혔다.

임재일씨는 지난해 11월 쿠웨이트 "움 알 하이만"지역의 알 프라이지사
주택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3월 18일 한국 대사관에 귀순을 요청한뒤
쿠웨이트 당국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자유의사 확인절차를 거쳐
귀순이 허용됐다.

"쿠웨이트 건설현장에 파견될 때에는 매달 1백20달러의 월급을 약속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6개월동안 단 한푼의 월급도 못받고 철저한 감시속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만 했습니다"

중동지역 북한 노동자로는 첫 귀순한 임재일씨(29세)는 "북한의 전역에서
매일 수십명씩의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고 해외현장에 파견된 사람들도
당국의 임금착취로 불만이 높아 남한으로의 귀순기회를 찾고 있었다"고
북한주민들의 참상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쿠웨이트 건설현장의 상황은.

"내가 있던 알 프라이지사 주택건설 현장외에 3개 현장에서 1천6백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북한에서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어 돈을 벌겠다는 심정으로
해외에 나왔으나 월급을 못받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근로자들의 월급을 대외경제위원회, 평양시 건설총국, 재정부 등의
간부들이 착복하고 있어요.

기회만 있으면 탈출하겠다는게 동료들의 분위기다"

-해외파견 건설 노동자의 파견절차는.

"지난 77년 발족된 대외건설기업소에서 파견인력을 선발하고 있다.

대상자의 출신성분 경력 연령 등을 고려해 선발하고 있으나 뇌물 등이
작용하고 있다"

-북한내에서 건설노동자의 생활수준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기초공사의 잡일부터 청소 등 중노동을 하고 있지만
북한내에서도 밑바닥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정도다"

-북한에 처자와 부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귀순동기는 무엇인가.

"해외생활을 하면서 남한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사회를 동경해왔다.

영광의 길을 혼자 오려니 가슴이 아팠으나 조국을 위해 떳떳히 살겠다는
심정으로 귀순하게 됐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