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여파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운전경험이 별로 없는 구직자는
물론 명예퇴직자 등이 영업용 택시기사로 대거 몰리고 있다.

이에따라 택시회사들의 기사 부족현상이 상당히 해소됐으나 안전운행에는
문제점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0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택시회사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운전기사가
적정인원보다 평균 20%가량 모자랐으나 최근들어 거의 모두 정원을 채웠다.

동신교통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운전기사 지원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운전하겠다고 하면 누구나 채용했는데 이제는 자격심사도
하면서 사람을 고를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지망생들이 늘면서 택시운전기사 자격시험에도 사람들이 몰려
시험을 치르려면 접수한뒤 평균 한달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자격시험 적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택시운전기사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응시생이 몰려 지난 1월 한번에 시험을 볼 수 있는 응시인원을
5백50명에서 7백명으로 늘렸는데도 적체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중에는 당장 택시 기사로 일하지 않더라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자격을
따두려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택시기사 지망생들이 많아지는 것은 사고위험의 부담은 크지만
체력이 있을때까지 일할 수 있어 실업을 해결할 수 있을 뿐아니라 영업용
택시를 3년간 몰면 보수가 좋은 편인 개인용 택시를 매입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이를 반영하듯 택시프리미엄이 급등, 개인택시의 경우 4천3백만원선까지
프리미엄이 올랐고 회사택시도 2천7백만원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업체가 다니다 올초 택시회사에 취직했다는 운전기사 박철민씨(32)는
"3년간 회사택시를 몰면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직장을 바꿨다"면서 "장래에 불안을 느끼면서 직장생활을 하느니
수입은 많지않더라도 마음편하게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개인택시를
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택시운전 초보자들이 운행하면서 안전운행과 운전자 자질 등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운전경혐이 미숙한 기사들이 운행, 상대적으로 사고위험이 높은 것.

또 기사가 강도로 돌변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운전기사가 많아지는 것은 업계로서는 다행스런
일이지만 운전경험이 없어 사고위험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면 "새로 취직한
운전기사들에게 안전교육과 도로교육을 철저히 시키는게 우선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