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무선통신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발신 전용휴대전화(CT-2), 무선데이터통신,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자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어서 이동전화로 시작된
무선통신서비스가 생활의 필수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무선통신시장에 뛰어든 모든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선통신의 추세를 제대로 일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 컨설팅업체인 모니터컴퍼티의 정보통신부문을 총괄하는 마이클
와인가튼 부사장(46)을 만나 무선통신시장의 미래전망과 대응전략을
들어봤다.

와인가튼 부사장은 지난 21, 22일 아시아비즈니스포럼(ABF)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1세기 정보통신시장''세미나 주제발표를 위해 방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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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 오광진 경제부기자 ]

-무선통신 시장의 미래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수 있도록 하는게
무선통신이다.

이같은 이점때문에 정보화사회에서 무선통신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무선통신서비스는 아직도 대중화되지 못했다.

높은 서비스가격 때문에 소규모집단에만 제공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통신선진국인 미국 통신서비스시장에서도 무선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무선통신이 대중상품화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기술의 진보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용자가 늘게 되고 이는 다시
단위비용을 절감시켜 무선통신의 보급을 촉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는 무선통신과 유선통신기술의 통합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가 어느나라에나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각국의 기술발전과 규제완화의 정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나라마다 무선통신 시장의 성장은 다른 모습을 띨 것이다.

특히 무선통신시장은 특성상 다른 산업에 비해 규제로 묶인 영역이 많기
때문에 규제완화가 무선통신시장의 앞날을 좌우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람직한 규제완화란.

"우선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 법적인 장벽을 제거하는
규제완화가 요구된다.

법적인 장벽을 허무는 규제완화는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2개의 무선통신사업자를 두고 있다.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기존의 1개 지역전화사업자와 신규개인사업자를
한쌍으로 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복점형태의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 이뤄지지 못했다.

양사업자가 암묵적으로 경쟁을 자제함으로써 높은 사용료가 떨어지지 않아
대중이 이용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를 위한 신규사업자를 대거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열었다.

한국은 한국이동통신이 독점적인 이동전화서비스를 해오다 신세기통신이
합류함으로써 복점적인 서비스체제를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3개PCS 사업자가 선정됨으로써 무선통신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는 양국이 법적인 규제완화에 상당히 앞서있는 것을 보여준다.

바람직한 일이다"

-법적인 규제가 완화됐다고 무선통신시장이 발전되리라고 보는가.

"법적인 규제완화는 무선통신시장의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못된다.

경제적인 진입규제를 완화하는게 중요하다.

무선통신시장에서의 경제적인 진입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는 서로의 망을
이용한 대가로 주는 접속료의 차별적인 적용이다.

실제로 무선사업자가 유선사업자의 통신망을 쓰는 대가로 분당 3~5센트의
접속료를 제공한 반면 상대 유선사업자는 무선사업자의 망을 쓰는 대가를
한푼도 안준 경우가 있었다.

사업자간에 망을 동등한 조건으로 연결할 수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사업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신규 사업자가 망사용에 대한 접속료 산정에
있어 불편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PHS(Personal Handyphone System)는 2년만에 4백만명이 가입하는
성과를 올린 대표적인 무선통신서비스로 꼽힌다.

그러나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

망간 접속의 공정성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PHS사업자들은 기지국을 연결하기 위해 기존의 통신사업자인 NTT의 망을
이용하고 있는데 워낙 망사용료가 비싼 탓에 수익성을 제대로 못맞추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PHS는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셈이다"

-세계적으로 무선통신시장을선점하기 위한 인수합병(M&A)등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WTO에 의해 무선통신서비스에 대한 국가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국내외
사업자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도 사업자간 제휴는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한 제휴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금은 시내전화와 시외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다른
경우도 있지만 앞으로는 한 사업자가 낮은 가격에 모든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다.

소비자도 이를 원하기 때문에 이같은 형태의 제휴는 가속화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정보통신의 흐름을 인터넷이 좌우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인터넷이 무선통신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단지 시외나 국제전화와 같은 장거리전화사업자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를
것이지만 아직은 인터넷을 통해 주고 받는 음성의 질이 좋지 않아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발전으로 이같은 문제는 쉽게 극복될 것이고 WTO에 의한
시장개방으로 한국에서도 전용회선의 공중망접속이 허용된다면 인터넷은
싼 요금을 무기로 국제전화사업자의 위치까지 넘볼수 있을 것이다.

팩스의 경우 이미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가 상당히 활성화돼 있다"

-한국도 무궁화위성을 쏘아올림으로써 본격적인 위성시대를 맞이했다.

위성은무선통신시장의 성장에 어떠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는가.

"지금까지 위성은 대부분 저궤도위성으로 방송중계를 위해 쓰여왔다.

그러나 위성을 통신용으로 쓰는 용도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위성은 인터넷을 정보고속도로화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인터넷은 현재 협대역의 전화망을 이용해 접속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광대역의 위성을 이용할 경우 정보전달 속도가 훨씬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리듐 프로젝트등 수백개의 위성을 이용해 무선통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는 경제적이지 않다고 본다.

위성이용료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무선통신서비스가 지향하는 대중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물론 위성옹호론자들은 위성이 인도나 아프리카와 같은 구석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그런 지역은 실질수요가 많지 않다.

해외출장이 잦은 사업자는 지역제한이 없는 위성을 이용한 무선통신
서비스를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나라마다 다른 주파수를 쓰는 점을 감안해 다른
주파수를 동시에 쓸수 있는 전화기를 개발하고 사업자끼리 상대가입자가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도록 로밍계약을 체결토록 하는게 더 나을 것이다"

-무선통신시장에 뛰어든 신규 사업자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보통 무선통신사업을 시작하는 사업자는 제일 먼저 네트워크를 어떻게
깔고 확장할지를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고객의 수요를 파악, 고객을 세분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잘 짜는 것이다.

10년만에 장거리전화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의 무선통신시장에서
우뚝 선 MCI는 그런점에서 귀감이 될 만하다.

MCI가 사업초기때부터 줄곧 내세운 슬로건은 기술보다는 마케팅이었다.

한국에서 허가난 PCS를 놓고 봐도 기술규격이 나와있기 때문에 망우위
보다는 마케팅의 우위에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