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주 현대호텔에서는 한 해운회사가 이색적인 직원가족교육
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상선이 "직원가족 만족경영"실천의 일환으로 선장.기관장 부부
20쌍을 초청한 가운데 마련한 이 이벤트는 8시간동안 진행된 행사였지만
참석자들중 그 누구도 지리함을 느끼지 않았다.

직원가족 교육하면 으례 직무관련 워크숍 형태가 판에 박은
프로그램이지만 이날 행사는 기존 틀과는 사뭇 달랐기 문이다.

그도 그럴만한게 "TV드라마 "애인"신드롬은 적어도 우리에겐
안 통해요"가 주제라고할 정도로 행사전반이 철저히 부부애를 확인하고
가정의 화목을 다지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부부들을 위한 칵테일파티.테이블마다
부부가 마주 앉은채 촛불을 켜놓고 축하케익을 자른뒤 남편이 장미꽃
한송이와 사랑의 카드를 부인에게 전달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장내가
사뭇 긴장되기조차 했다.

문병도 선장(45)은 부인 주경선씨(44)에게 건넨 "연서"에서 "남들처럼
항상 같이 있어 주지도 못하는데 집안살림과 두 아이 교육까지 잘 해주고
있는 당신이 정말 고맙고,좀 쑥스럽긴한데 당신을 사랑하오"라고 적었다.

참석자들은 "부부간에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전문
강사의 새삼스런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손을 꼭 맞잡고 "세상사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기쁨을 나눴다.

파티가 끝나고서도 열기는 식지않아 쌍쌍이 호젓하게 산책을 하며
부부애를 재확인했다.

박세용사장도 이날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특강을 하면서도 연신
"오랜 시간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가운데도 열심히 근무해준 선장
기관장 여러분께 감사하고 특히 잘 내조해준 부인들께 고맙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나기남 기관장(55)은 "회사교육은 그동안 선박의
안전운항이나 바다오염방지 등을 위한 선내에서의 대책등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부부가 함께 참여하고 교육내용도 전혀 색다른 것이어서 아주
유익하고 흥미로와 앞으로 더 의욕을 갖고 안정된 마음으로 승선생활을
할수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나기관장의 부인 이금자씨(54)는 "남편이 휴가를 받아도 집안의
대소사나 친지방문 회사교육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실제 부부가 함께
할수있는 시간이 부족한데 이렇게 회사에서 특별히 부부만을 위한 행사를
마련해주어 대단히 기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