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주민들의 깊은 시름과 한숨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사흘동안의 집중호우로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28일
오후까지도 불어난 물이 좀처럼 빠지지않자 침수된 동네어귀를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지난 26일부터 사흘동안 집중호우가 내린 경기도북부 파주시.연천군,
강원도 산간의 철원.화천군등 11개 시.군지역은 무너져내린 흙더미,
쓰레기더미에 덮여버린 들판, 폐허로 변해버린 농경지, 떼죽음을 당한
가축들 등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민.관.군으로 구성된 재해지역의 합동복구반이 비가 그친 28일오전부터
긴급복구작업에 들어갔으나 워낙 처참하게 망가져버린 상태여서
완전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50mm안팎의 집중호우로 대부분의 가옥이 물에 잠겨버린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일대는 마을 전체가 폐가로 변해버렸다.

콩이며 옥수수등 여름작물이 곱게 자라있어야할 마을앞 농경지
50만여평은 온통 자갈밭으로 변해버렸고 마을 진입로에는 가재도구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이 마을 주민 유제식씨(62.농업)는 "마을 전체가 하루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해버렸다"며 "평생을 가꿔온 생활터전인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군내에서 농지가 가장 넓은 백학.신서면 일대 농경지는 인근 차탄천과
임진강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거대한 황토빛바다로 변하고말았다.

그러나 서해안만조와 함께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동송저수지의 제방붕괴
위험 등으로 재침수를 우려했던 연천군측은 28일부터 한탄강 수위가 점차
낮아지자 크게 안도하는 모습.

한편 연천군측은 28일오전부터 육군 열쇠부대로부터 중장비및 5백여명의
군병력을 지원받아 긴급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도로사정이 좋지않아
당장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는 모습.

<>.문산천 범람으로 침수된 경기도 파주군 문산읍전역은 최악의 상황.

폭우가 계속된 27일 밤10시께 문산천 둑이 무너지면서 넘친 물이 문산읍
전역을 덮치는 바람에 7백여가구 2천6백여명의 주민들이 고지대로
긴급대피했다.

더욱이 시외버스터미널마저 물에 잠겨 외부로의 대피가 불가능했던
주민들은 읍내 마정초등학교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어둠과 추위속에
밤을 새워야했다.

이와함께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부촌리는 제방이 무너져내려 논과 밭이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다.

화천군 대부분의 지역은 전기와 전화는 물론 수도마저 끊겼으며 도로
곳곳이 유실돼 차량정체가 심한 모습.

<>.26일 21명의 장병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데 이어 27일에도 또다시
7개부대 12곳에서 무더기로 산사태가 발생하자 군당국은 망연자실한 모습.

국방부의 한관계자는 "희생사병들중 유난히 외아들이 많아 유가족들을
볼면목이 없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

27일 발생한 산사태로 사망한 육군 38연대 승리부대원 19구의 사체가
안치된 국군춘천병원과 국군현리병원 등은 사고발생 하루가 지난 28일새벽
뒤늦게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온 가족들이 "내 자식 살려내라"며 통곡.

사고당시 중화기소대에서 일직근무를 했던 강래욱병장은 "사고순간을
생각조차하고 싶지않다"며 희생된 동료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직시기도.

<>.비가 그친 28일부터 복구작업이 시작되면서 해당지방자치단체및
각계에서 온정어린 구호품이 답지.

경기도와 강원도측은 재해대책상황실을 긴급 설치, 주민 구호작업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필요한 물자조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

또 심재덕수원시장은 28일오후 연천군 연천읍을 방문, 이재민들에게
라면5백상자와 20 짜리 생수 5백통을 전달.

보건복지부도 수인성 전염병인 장티푸스 예방접종 1만명분을 긴급
지원하는한편 살균제 2천 등을 공급.

또 이재민구호를 위해 이재민을 전원 의료보호1종으로 지정, 의료비를
감면키로 했으며 의사 간호사 방역요원등으로 73개의 방역기동반을 편성.

대한적십자사는 급식차량과 침구등을 싣고 연천읍등 피해지역에서
긴급구호활동을 펼쳤다.

< 사회1부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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