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약관련 종합대책"은 한.약 양측의 해묵은
주장들을 수용하면서 분쟁의 "진화"에 포커스를 맞춘 고육책으로 풀이
된다.

한의계측이 꾸준히 설치를 주장해온 복지부내 한의약 전담조직이
국장급의 한방담당심의관실로 출범된다는 점과 현재 4년제로 돼있는
약대를 5~6년제로 연장하겠다는 방침등이 대표적인 매뉴.

또 공중보건 한의사제도를 새로 도입, 한의대 졸업생들이 군복부를
대신케하는 한편 한약값의 인하유도 방침을 밝힌 것도 양측의 입장을
골고루 반영한 것으로 볼수있다.

그러나 이번 복지부의 발표는 지난 93년 약사법 개정이후 계속되온
한.약분쟁을 일단 마무리하고 한의약발전의 새로운 틀을 마련해보려는
시도로 평가받을만 하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현행 법령과 취지를 준수하는 범위내에서 의와 약을 분리하고 이를 다시
한과 양으로 나눠 전문화시키겠다는 것이 이를 잘 반영한다.

김양배 복지부장관은 "의약분업을 정하고있는 약사법의 규정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이런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사항들은 김장관의 표현처럼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될 사항"인데다 반대편으로부터 즉각 "왜 그런 발표가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않는다"는 반응을 얻어 새로운 불씨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한.약분쟁의 직접적인 불씨가 됐던 약사들의 한약조제시험에
대한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 양측이 약속이나 한듯 반발하고 나서 향후
양측의 대응추이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지부는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한의대교수들의 집단퇴장으로 불거진
오는 19일의 조제시험을 약대교수들만의 출제로 예정대로 시행키로했다.

그러나 재시험은 치르지않되 이날 시험에 응시하지못한 약사에 한해
보궐적 성격의 시험을 치르기로했다.

또 현재 관련학과에서 한약관련 95학점을 이수하면 누구나 한약사
면허시험을 볼수있던 조항을 삭제,약대 한약학과 졸업자에 대해 한약사
면허시험 응시자격을 주기로했다.

한의계측은 즉각 "단지 합격시키위한 수준낮은 시험을 통해 조제약사가
대량 배출되는 건 말도 안된다"며 시험을 연기하라고 주장했다.

한의계는 면허증반납과 무기한 한의원 휴업과 농성등을 예정해놓고있다.

약계는 "복지부 고위층이 2회실시를 암시했는데 별안간 약속을 깬 것"
이라며 극단적 투쟁을 해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약사회도 "강경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정부를 공격하고있다.

이로써 한.약분쟁은 일부사안에 대한 정부의 미봉책발표와 새로운 형태의
쟁점부상등 항상 "반복되는 분쟁"의 유형으로 되돌아가게됐다.

지난 93년 1차한약분쟁의 결과로 생긴 개정 약사법은 기존 약사는 이법
시행일(94년7월8일)로부터 2년이내(96년7월7일)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한
경우에 한해 한약조제권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에따라 약사법 시행령은 95년과 96년 연 1회이상 시험을 치르도록
규정하고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치뤄진 1차시험에서 약사들이 대거 응시를 거부하는
파행이 된데이어 이번 시험에는 예상을 뒤업고 2만5천여명의 약사들이
응시, 대량의 한약취급 약사의 양산을 우려한 한의계의 반발을 사왔다.

결국 끝임없는 양측의 대립이 이번 발표뒤에도 새로운 출발선에 선
셈이다.

< 남궁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