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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미 스탠퍼드대교수로 재직중인 앤 크루거 전세계은행 부총재를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전 재무부장관)이 만나 한국경제의 전망과
세계경제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4일 밤 11시 MBCTV "세계 석학과의 대담"을 통해 방송된 이 대담에서
크루거박사는 "한국의 경우도 점차 성장률이 둔화될게 틀림없지만 향후
10-15년간은 선진국의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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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박사 =한국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려 하고 있다.

한국의 성장을 꾸준히 관찰해온 사람으로서 한국의 성공배경에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보는가.

<>크루거교수 =50년대의 통제된 무역체제에서 60년대 정책적 개혁으로
탈바꿈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그 외에도 노동인력의 교육수준 제고, 저축률 상승, 이자율 증대, 사회
간접시설확충도 주목할만 했다.

<>사공박사 =한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지속할수 있을지에 대한 견해는.

<>크루거교수 =한국도 성장률이 둔해질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시기는 아직
멀었다고 본다.

여전히 유익하고 생산성 높은 투자기회가 많고 노동력도 질적으로 많이
향상됐으며 새로운 기술들도 수입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최소한 10년에서 15년간은 선진국들의 평균 성장률보다
다소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공박사 =한국의 정책가들이 기존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보나,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보나.

<>크루거교수 =선진국들을 보면 발전하면 할수록 이것 저것 지시하는
정부의 간섭이 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한다.

반면 경제활동 자체는 매우 복잡, 다양한 것인 만큼 더이상 명령에 단순
복종하는 식의 대응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이 올바른 길로
갈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공박사 =한국의 OECD 가입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크루거교수 =OECD가 많은 문제들에 대해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제공하는
만큼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멕시코등과 같은 국가들도 가입이 허용
되는 것을 생각하면 OECD가 부자들간의 모임이긴 해도 반드시 대부호들의
모임은 아닌 것 같다.

<>사공박사 =오늘날 미국경제와 그 미래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크루거교수 =미국의 경기순환이 영원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경기상승과 하락의 진폭이 좁아지면서 경기순환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몇몇 증거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반년 정도는 호황이 지속되리라 전망된다.

또한 미국 경기가 완전한 팽창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에 4-5%의 성장률이
1년 넘도록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3% 정도가 무난한 성장률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최근들어 산업이 활발히 재구축되고 생산력이 뚜렷이 상승하는 등
미국경제의 전망을 낙관할수 있는 증거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사공박사 =미국의 경기순환이 거의 사라졌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크루거교수 =보다 효율적인 경제운영과 보다 나은 이론 때문이다.

50, 60년대에는 정책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는데 특히 재정정책이
그랬다.

당시에는 불경기 조짐이 보여야 공공경비의 증대와 감세에 대해 거론했다.

그리고 막상 경기가 반쯤 침체되어서야 실제 정책이 이루어졌다.

이런 과오에서 점차 많은 것을 배워나갔다.

<>사공박사 =클린턴 미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클린턴 정부 자체에 대한
견해는.

<>크루거교수 =현재 미국의 무역정책은 아직 불안정하다.

보호주의자들의 압력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이 오르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불경기가 시작되면
보호주의자들의 압력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지역별 무역협정에 쏠려 있는
것 같다.

즉, 대다수 국민들은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과의 무역마찰에 어떻게
대처하며 향후 대책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는다.

80년대 후반 이래로 미국의 무역정책은 다국간 무역체제 지원에 대해
그다지 일관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공박사 =일부 경제학자들은 거인증후군(Giant Syndrome)이 사라져간다
고 언급한다.

과연 사라질 것으로 보는가.

<>크루거교수 =2차대전 직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의 43%를 차지
했다.

당시 우리와 경쟁할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일본, 유럽, 한국등이 성장했기 때문에 미국의 위상이 바뀐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바람직한 것이며 나중에 어느정도 조정이 이루어졌다.

미국의 위상을 재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적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난 날과 같은 흑자국으로 돌아온다면 다원적 체제의 리더로서 군림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공박사 =일본 경제의 위상과 앞날을 어떻게 평가하나.

<>크루거교수 =일본은 항상 모든 일들에 대해 의견일치를 본 후 대처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일본이 예전의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통제조치들을 폐지해야
하며 보다 자율화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로선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지만 추측하건데 안정적인
성장률이 어느정도 회복되리라 생각한다.

<>사공박사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다뤄야 할 새로운 쟁점, 즉
환경, 노동기준, 경쟁정책들에 대한 견해는.

<>크루거교수 =노동기준 문제의 경우 아직 빈곤한 나라들은 60년대 한국이
그러했듯 단순노동을 활용하는 제품생산 부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후진국들은 과거 한국과는 달리 발전할수 있는 경로가 선진국들에
의해 막혀있다.

마치 "너희 후진국들은 국제무역체제에서 받아들일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라"고 하는 경우와 같다.

환경주의자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따금 무역을 수단화한다.

선진국들은 과거 환경파괴를 일삼으면서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도국들에게는 "너희는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발전할수 없다.

우리가 과거에 환경을 파괴한 것을 너희는 못하게 하겠다"고 하는 식이다.

경쟁정책도 또다른 문제가 된다.

미국 호주등은 너무 낮은 가격이나 불공정한 가격을 수단으로 거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덤핑금지법, 보조금금지법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행정적 보호라고는 하지만 명백히 불공정한 것이다.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정책을 시행하려면 제반 기준들이 미국내 업체뿐
아니라 외국 업체들에게도 균등하게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사공박사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보나.

<>크루거교수 =3, 4년 안에 그러길 바라지만 당장은 준비가 안됐다.

따라서 앞으로 2, 3년 내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충분한 협상과
논의를 거친 후 새로운 라운드를 발족시키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새 라운드 발족은 매우 중요한데 특정분야의 생산업체들에게 영향력을
부여하지 않고선 모든 쟁점들을 해결해 나갈수 없기 때문이다.

<>사공박사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APEC)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난해 11월 열린 오사카회담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크루거교수 =도무지 APEC를 이해할 수 없다.

자유무역지역을 여기저기 중복해서 확보한 나라들이 관여하는 것도 이해
안된다.

이는 세계무역체제를 하나의 다원적 무역체제로 보는데 큰 장애가 된다는
뜻이다.

오사카회의를 본 후 모든 것이 짜집기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별정책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진정한 자유무역을 향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는 일단 다국간 협상을 통해 거론되어야 할 사항이다.

<>사공박사 =중국이 조만간 세계무역기구(OECD)에 가입할 것으로 보는가.

<>크루거교수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OECD에
가입해 여러 혜택을 누리고자 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은 중국이 규모가 큰 나라인만큼 선진국
자격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쟁점은 얼마나 빨리, 어느정도 선까지 무역개방을 이루느냐다.

그 협상은 정치적 문제다.

<>사공박사 =한국이 새로운 경제협력체를 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크루거교수 =세계무역에서 중간규모라 국가라고 할수 있는 몇몇 나라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여러 쟁점들을 국한적 또는 지역적이라기 보다는 국제적
해결책으로써 대처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사공박사 =세계은행, IMF등과같은 유수한 국제협력기구들이 한국인들을
보다 많이 받아들였으면 하는데.

<>크루거교수 =여러 협력체들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스탭들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